소피의 세계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장편경쟁

이제한 | 2021 | Fiction | Color | DCP | 114min 12sec (KN, E)

SYNOPSIS

외국인 여인 소피는 필리핀에 있는 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에, 잠시 한국에 머문다. 그녀는 수영과 종구가 사는, 인왕산이 보이는 어느 집에서 나흘을 있다 떠난다. 2년 후, 수영은 소피의 블로그에 있던 자신들의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여행자 소피가 기록해 놓은 나흘 동안의 시간을 다시 바라볼 기회를 얻는다.

DIRECTING INTENTION

집에서 창밖으로 인왕산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엔 그 산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저 산은 얼마나 오래도록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꽤 슬펐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엔, 반대로 산에 올라 집을 보았습니다. 집이 좁쌀만큼 작아 보였습니다. 저는 산의 입장에서 집을 바라본 것만 같은 착각에 빠졌고, 이 두 개의 경험이 영화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집과 산에서 얻은 개인적인 감흥을 영화로 재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제한

이제한

2019 마지막 손님
2020 서울의 꿈

STAFF

연출 이제한
각본 이제한
프로듀서 서윤희
촬영 김수민
동시녹음 이제형
음악 김우중
색보정 김형희
사운드 두럭
출연 김새벽, 곽민규, 아나 루지에로, 김우겸

PROGRAM NOTE

수영과 종구 부부가 사는 집에 외국인 소피가 며칠 묵기 위해 찾아온다. 소피는 인왕산이 잘 보이는 창이 자리한 그 집에서 수영과 종구 부부를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고 그들의 생활을 목격하기도 한다. 소피는 다른 친구를 만나러 외출을 하기도 하고 수영과 종구와 함께 산에 오르기도 하며 서울에서의 며칠을 보낸다. 시간이 흐른 뒤 소피가 집에 머물렀던 이야기들이 소피에 블로그에 올라오고 수영과 종구는 소피가 남긴 흔적들을 통해 그 시절의 조각들을 다시 그러모으기 시작한다. 이제한 감독의 장편 데뷔작 <소피의 세계>는 과거의 조각들을 정성껏 모으는 영화다. 떨어진 낙엽을 그러모으듯이 세심한 손길로 시절의 질감들을 매만지는 이 영화는 인물들의 세계를 찬찬히 레이어링 하며 고유한 무드를 만들어 낸다. 서울의 시간과 공간을 정갈하게 담아내는 카메라는 서두르지 않고 산책 후 귀가하는 것처럼 인물의 심상으로 향하고 각기 다른 감정으로 뒤엉킨 인물들은 조심스레 스스로의 타래를 풀어낸다. 영화는 ‘소피의 세계’를 시작으로 수영과 종구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의 고유한 세계를 거치는 여정을 닮아 있고 관객들은 작은 물웅덩이와 같은 인물들의 세계에 떨어지는 방울들과 파문들을 통해 마침내 스스로의 세계를 탐색하는 신비로운 동행을 하게 된다. 어떤 구석은 뭉툭하고 또 다른 구석은 여전히 뾰족한 이 여정의 조각들은 어떤 형태로든 자국을 남긴다. <소피의 세계>는 그 모양의 어여쁜 구석을 찾는 영화이기도 하다.

진명현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