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장편경쟁

김세인 | 2021 | Fiction | Color | DCP | 139min 40sec (E)

SYNOPSIS

한 집에 살고 있는 이정과 수경은 그다지 살갑지 않은 모녀이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간 이정과 수경은 여느 때와 같이 다툼을 벌이게 되고 주차장에서 수경이 탄 차가 이정을 덮치게 된다. 이정은 수경의 급발진 주장을 믿지 않고 수경이 일부러 자신을 친 거라고 확신한다. 이정은 이제 지난 삶 모두를 수경에게 사과받고 싶다.

DIRECTING INTENTION

우리는 이제 각자의 속옷을 가져야 한다.

FESTIVAL & AWARDS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왓챠상

DIRECTOR
김세인

김세인

2014 뮤즈가 나에게 준 건 잠수병이었다
2016 햄스터
2018 불놀이
2018 컨테이너

STAFF

연출 김세인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 KAFA
각본 김세인
촬영 문명환
편집 김세인
조명 이재건
음악 이민휘
미술 이정현
조감독 장만민
출연 양말복, 임지호

PROGRAM NOTE

제목부터 두 여자의 조화가 아닌 거센 충돌의 정념이 영화를 채우리라 짐작하게 된다. 역시나 그렇다. 이 영화는 보는 동안에도 본 후에도 징글징글하다. 영화의 초반에는 그 느낌이 다소 작위적이고 상투적인 관계와 캐릭터 설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말하자면 인물들의 내면과 상황을 일부러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 정서적 강렬함을 쟁취할 수 있다고 믿는 길을 이 영화도 가고 있는 건 아닌가 묻게 된다. 그러나 얼마지 않아 깨닫게 된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모녀 갈등의 오랜 ‘서사’를 그저 극단적으로 반복해 보려는 영화가 아니다. 여기에는 보다 큰 야심이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두 여자의 감정을 양극으로 밀어붙여 벌리고서 각각의 내면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끝까지 포효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모녀의 서사를 그 서사로 소급되지 않는 둘의 감정만으로 마구 흔들어 댄다. 그 감정이 미친 듯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가 위태롭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할 때, 모녀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말 것인가. 아니, 어떤 변화가 과연 생길 수는 있을 것인가. 분명한 건 영화의 끝에서 우리는 관계의 결말에 설득되는 대신, 사랑을 갈구하며 생의 어떤 힘을 끝내 체념하지 못해 비루해지고 무시무시해진 두 여자의 욕망에 몸서리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