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속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단편경쟁

양재준 | 2021 | Fiction | B/W | DCP | 37min 15sec World Premiere

SYNOPSIS

성당의 복지시설에서 합숙 생활을 하는 주인공 성아는 고해성사를 한 뒤 보속(고해를 한 후 신부가 내려 주는 속죄를 위한 실천적인 과제)을 받는다. 그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보속을 행하려고 하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 그녀는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DIRECTING INTENTION

우리의 죄는 과연 쉽게 무화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죄의 질량은 어떻게 계속 변화하며 보존되는 것일까요? 우리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그녀가 나쁜 것일까요, 아니면 그녀를 힘들게 한 우리가 나쁜 사람인 것일까요. 누가 죄인인가요?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양재준

양재준

2015 별이 빛나는 밤에
2019 낙과
2020 레터
2020 오늘, 우리 2

STAFF

연출 양재준
각본 양재준
편집 양재준
촬영 채정석
조명 채정석
제작 오채훈
음악 최재희
미술 최현준
출연 강서희, 박세재, 여민구, 이경훈, 김수란

PROGRAM NOTE

보속. 고해성사를 보고 나서 실천하는 속죄 행위를 뜻하는 이 말은 <보속>의 서사를 이루는 거의 전부이며, 영화 전면에 배치되어 있는 질문이다. 진정한 보속은 무엇일까? 가톨릭 신자라면 명쾌하고도 심도 있는 답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세속에 이는 격렬한 감정들을 믿는 한 관객으로서는 이 영화 앞에서 난처해진다. 영화는 성당에 소속된 재활원의 식당에서 일하는 성아의 고해성사로 시작된다. 우연히 주운 지갑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지갑의 주인이 미워 그것을 돌려주지 않은 성아는 자신의 그릇된 행위를 속죄하려 한다. 그녀가 속죄하려는 것은 누군가를 미워한 마음일까, 지갑을 찾아주지 않은 행위일까. 아마도 둘 모두에 해당되겠지만 전개되는 상황은 좀 복잡하다.
성아는 좀처럼 가까워지기 힘든 인물이다. 눈치도 없고 사회성이 부족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무언가를 잘해 보려 하면 할수록 주위에 민폐를 끼친다. 재활원에 새로 들어온 나연에게 베푸는 호의 또한 나연의 상처를 헤집어 놓을 뿐인데, 영화는 나연과 성아 그리고 재기를 꿈꾸는 재활원 식구들의 작은 공동체 안에서 형성되는 미묘한 긴장감을 프레임 안에 밀도 있게 담아낸다. 무겁게 내려앉는 공기, 인물들의 굳은 얼굴, 세상으로 난 출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황폐한 내면 풍경들로 흑백 화면 안을 포화 상태로 이끄는 <보속>은 쉬이 답을 찾을 수 없는 불편한 질문들을 절묘하게 파생시켜 나간다.

홍은미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