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2장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새로운선택 단편

최희현 | 2021 | Experimental | Color | DCP | 11min 29sec (E) Korean Premiere

SYNOPSIS

새들은 계속해서 유리창에 부딪히고, 인간은 그것을 막기 위해 수집, 측정, 분석을 한다. 현실을 관찰하고 인식하고 재현하려는 시도들은 미술, 영화, 매체의 역사에서 꾸준히 발견된다. 인간과 새는 같은 세상을 보고 있을까? 나와 타자는 과연 같은 이미지를 볼 수 있을까?

DIRECTING INTENTION

이 영화는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1장>(2020)의 후속작으로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를 둘러싼 개념적인 논의를 이어 간다. 정부 기관과 시민들이 고안한 다양한 과학적 방법론들은 트롱프뢰유, 영화 촬영, 초현실주의, 시각 및 청각에 대한 탐구로 연결된다. 새가 유리에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들은 결국 인간과는 전혀 다른 시각 및 청각기관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새라는 미지의 인식 체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로 이어지며, 그것은 다시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그리고 그 방식이 변화해 온 역사를 살펴보게 한다.

FESTIVAL & AWARDS

2021 제17회 25 FPS Festival

DIRECTOR
최희현

최희현

2019 눈 사이
2019 종이접기 튜토리얼
2020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1장

STAFF

연출 최희현
촬영 최희현, 김진수
편집 최희현
사운드 믹싱 김주영
색보정 김진수
번역 김강혁

PROGRAM NOTE

2020년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1장>을 발표했던 최희현 감독의 새로운 작품은 전작의 문제 인식을 더욱 확장시킨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2장>이다. 새들은 여전히 투명 방음벽과 빌딩의 유리에 비친 자연의 이미지를 현실로 착각해 죽어 가고 있고, 사람들은 이를 막기 위해 이런저런 방안을 마련한다. 그리고 감독은 죽어 가는 새들의 모습 속에서 ‘현실’과 ‘현실의 이미지’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유도한다.
그런데 ‘현실’과 ‘현실의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고민하기 시작하면 금방 또 다른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현실 자체가 이미 이미지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우리 눈앞에 펼쳐진 저 많은 크고 작은 이미지와 이 속에 펼쳐진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떠올려 보자. 결국 우리는 새들에게 이미지가 현실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지만, 스스로에 대해서는 이미지와 현실이 깔끔하게 분리된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런 까다로운 상황을 드러내기 위해서일까, 감독은 전작보다 복잡한 구조의 프레임을 설계한 뒤 관객이 이미지들의 끝나지 않는 연쇄를 경험하게 이끈다. 하나의 이미지는 알고 보니 또 다른 이미지의 일부였고, 그 이미지는 다시 다른 이미지와 교집합을 구성한다. 이런 기묘한 현실 속에 우리는 문득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며 영화 속 비둘기와 같은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다.

김보년 /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