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Cave

2012

NEW CHOICE

LEE Jeonghong | 2012 | Fiction | Color | HD | 47min

SYNOPSIS

After graduation, Won-seok doesn’t do anything except playing the internet games. His older sister Jin-hee suggests that he should deliver fried chickens at the chicken store of Ji-seong who will marry Jin-hee.

DIRECTING INTENTION

Destruction is the premise of construction.

FESTIVAL & AWARDS

2012 제2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우수작품상
2012 제6회 대단한단편영화제
2012 제6회 경남독립영화제 개막작

DIRECTOR
LEE Jeonghong

LEE Jeonghong

The Girl Lives in Haeundae (2012, HD, 4min 55sec) 

STAFF

Director LEE Jeonghong
Producer WOO Sia
Screenwriter LEE Jeonghong
Cinematography PARK Rodrigo Seh
Editor LEE Jeonghong, HAN Youngkyung
Lighting OH Taeseok
Music KIM Jung sook
Cast CHOI Kyungjune, KANG Younjung, PARK Jisung

PROGRAM NOTE

누나와 살고 있는 원석은 별다른 욕망 없이 피시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백수다. 나이 26살, 기민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가 지금껏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구체적으로까진 모르겠으나, 소위 루저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상상해 본다면 대충 짐작할 만하다. 누나의 소개로 치킨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원석, 누나의 설렘과 대비되게 시큰둥하지만, 덕분에 얻게 된 고어텍스 파카는 스스로의 자존감을 조금은 높인다. 하지만 그는 평소의 습관을 쉬이 벗지 못하고 이내 일을 그만두고 만다. 한심해 하는 동료와 상심한 누나, 이 가운데 변변한 변명조차 찾지 않는 원석. 투박한 사투리만큼 꾸밈없어 보이는 영화는 무능력하고 답답해 보이는 캐릭터를 그저 따라만 간다. 한숨과 주변 어른들의 혀 차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상황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사실적이다. 단편으로선 꽤 긴 러닝타임인 <반달곰>은 그 주인공과 닮은 묵묵한 카메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영화 안에서 원석은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운 존재이지만, 카메라는 그를 저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한다. 누나의 남자 친구이기도 한 치킨 집 사장은 원석을 길들이기 위해 크게 야단을 치고, 자존심이 상한 그는 집으로 돌아와 파카를 벗고 피시방에 머문다. 하지만 온전히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어쩌면 그는 껍질을 벗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나와 다툰 후 자신을 곤란에 빠뜨렸다고 확신하는 소년을 찾아 복수를 하는 원석. 그것이 너무 변변치 않아서 오히려 안쓰럽다. 늦은 밤 치킨 집으로 다시 돌아온 야생 곰은 그렇게 세상에 한걸음을 내딛고 있다.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