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집으로

본선 장편경쟁

지혜원 | 2021 | Documentary | Color | DCP | 95min 23sec (E)

SYNOPSIS

애나, 한국 이름 김명희. 미국으로 입양된 지 4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그녀가 서해 바다의 외딴 섬 덕적도를 방문한다. 그곳에는 고아였던 그녀를 친자식처럼 키워 준 서재송, 인현애 부부가 살고 있다. 부부의 집에는 두 개의 특별한 방이 있다. 하나는 입양 보낸 아이들에 대한 기록을 보관하는 방이고 또 하나는 커서 한국을 방문한 입양인들이 고향집 삼아 잠시 머물다 떠나는 방이다. 1966년부터 30여 년을 입양아들의 위탁부모로 살았던 부부는 미국에서 온 가톨릭 신부와 함께 1600명의 아이들을 미국으로 입양 보냈다. 좋은 양부모를 만나 행복한 가정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부는 열네 살 소녀였던 김명희를 두 남동생들과 함께 미국으로 입양 보냈다. 그러나 그녀의 미국 생활은 노부부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흘러갔고, 그녀는 43년 만에 처음으로 아픈 기억을 꺼내 놓는다.

DIRECTING INTENTION

한국의 70년 해외 입양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미국과 한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마음의 집을 찾아 떠도는 김명희, 그리고 입양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살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평생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야 했던 서재송 부부는 해외 입양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람들이다. “미네소타에 있으면 덕적도가 그립고, 덕적도에 있다 보면 미네소타가 그립다”는 김명희의 이야기는 평생 두 곳의 집을 오가며 살 수밖에 없는 입양인들의 삶을 대변한다. 수십 권에 달하는 서재송 님의 세심한 기록을 보면서 20만 입양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도리를 묻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21 제9회 디아스포라영화제

DIRECTOR
지혜원

지혜원

2016 바나나 쏭의 기적
2018 안녕, 미누

STAFF

연출 지혜원
제작 송우용
촬영 원성덕, 조경호
편집 박기정, 지혜원
음악 김지연
출연 김명희, 서재송, 인현애

PROGRAM NOTE

한국의 가족에게는 명희로, 미국의 가족에게는 애나로 불리는 그는 44년 전, 동생들과 함께 미국의 어느 가정에 입양되었다. 입양 전까지 명희와 동생들은 덕적도에 사는 부부 서재송과 인현애의 보살핌을 받았는데,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명희에게 덕적도는 고향이고, 부부는 부모와 다름없다. 영화는 코로나 시국에 자가격리를 무릅쓰면서까지 고향과 부모를 보러 미국에서 건너온 명희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그는 여전히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알고, 덕적도의 일상에 익숙하게 적응하며, 어린 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그는 시골 소녀 같다가 억척스러운 가장 같다가 그늘진 역사의 증인 같다. 덕적도의 풍경 속에서 이방인이라고도 내지인이라고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과거와 현재 어딘가에 걸쳐 있는 한 여인의 초상. 영화는 이 인물에 오롯이 집중한다. 해외 입양의 구조적 이면을 본격적으로 조명하거나 그에 대한 사회학적 보고서가 되기보다는 삶 혹은 존재 자체가 입양의 역사인 ‘최명희’를 응시하는 길을 영화는 택한다. 묻지 못한 것들, 말할 수 없는 것들, 스쳐 지나듯 고백한 것들 주위로 슬픔과 고통이 내려앉는다. 스크린에 새겨진 그가 견뎌 온 시간과 지나온 행로와 현재의 얼굴이 고향은, 가족은, 기억은, 입양은 무엇이며 그리하여 ‘살아남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뼈아픈 질문이자 강건한 대답이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