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생명체들의 도시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특별단편

박군제 | 2018| Documentary, Experimental | Color | MOV | 18min 37sec (E)

SYNOPSIS

도시의 소리가 있다. 그것은 끊임없는, 꾸밈없는 기원을 담은 망(望)의 음성이다.
개인의 소리가 있다. 그것은 조용한 편견의 혼잣말이기도 하고 나지막한 분노의 내뱉음 이기도 하다.
더 작은 소리가 있다. 그것은 낮은 곳에 존재하여 아무렇지 않게 여겨져 왔지만, 긴 시간 동안 겹겹이 쌓여져 온 그것은 순간 공진한다.
소리가 함성이 되는 그 순간,

DIRECTING INTENTION

군대에서 무당개구리를 밟아 죽이는 병사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은 평범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고 특별히 성격이 거친 사람들 또한 아니었다. 그중 특히나 집요하리만큼 무당개구리를 최선을 다해서 군홧발로 짓이기는 병사에게 물어보았다.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그러자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냥, 징그러워서 밟았습니다. 눈에만 안 보이면 괜찮은데 너무 많지 않습니까.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별 생각 없이 말하는 그 단어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되고 큰 차별이 된다. 우리는 당연하게 말하고 주장하는 그것을 약간의 결벽쯤으로 여기지만, 사실 그것은 하나의 혐오고 또 하나의 학대다.
낮은 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눈과 목소리로 그런 이야기들을 비추어 본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박군제

박군제

2015 <내동공간(來同空間), 남동공단>

2017 <모자(母子)란 기억>

2018 < FREE! >

 

 

 

STAFF

연출 박군제
제작 류한준
촬영 박군제
편집 박군제
음악 The Fucked Up Beat, Schemawound
목소리 이진모, 류한준

PROGRAM NOTE

리듬을 타고 그래픽 이미지와 함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군 복무 시절 만난, 무당개구 리를 찾아 밟는 군인들 이야기다. 왜 밟냐고 물었더니, 그냥 징그러워서란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장면이 연상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되지만, 영화는 그 상황에 대해 어떤 판단 하거나 감정을 묶어두지 않는다. 이어 화려한 도시 재건축을 꿈꾸는 공간을 가만히 응시하던 영화는 다시 경쾌한 음악과 그래픽 이미지 위로 말을 건넨다. 연가시, 바퀴벌레, 매미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만, 영화는 마치 리듬에 몸을 맡기며 말을 건네듯 그렇게 가볍고 무심하다. 한참을 보고 있지만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그 무엇들이 공존하는 순간들이다. 영화는 도시의 소리 들을 수집한다. 도시의 소음, 집회 소리, 나아가 소리를 내지 못한 존재들 까지. 나아가 그래픽 이미지와 음악 그리고 랩 하듯 혼자 하는 말 또한 언캐니한 도시의 소리이자 도시의 감각을 주조한다. 이 모든 (시청각적) 이미지들 위로, 영화는 무심하게 물음을 던 진다. 무당개구리가 징그러워서 그냥 죽이는 마음과 시멘트로 매미 유충을 묻어버린 도시의 잔인함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거대 생명체들의 도시>는 제목과 달리, 소소한 생명체들이 거대한 도시를 이루고 있음을 담아낸다. 판단하고 평가하고 비판하기보다 그저 일어난 상황을 보여주고 질문을 던져놓는다. 특히, 마지막 비행기 소리와 바다 위 새 무리의 움직임, 그리고 랜드마크 홍보영상의 공존은 영화 전반의 질문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승민 / 서울독립영화제2018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