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와 여자들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단편 쇼케이스

한선희 | 2021 | Fiction | Color+B/W | DCP | 23min 7sec (E) World Premiere

SYNOPSIS

명자는 전염병으로 남편이 갑자기 죽은 뒤, 딸 해주와 손녀 수정과 함께 부산 기장 바닷가 법당 용왕단으로 향한다. 남편이 살아생전 기르던 거북이를 방생하고 공덕을 쌓기 위해서다. 딸과 손녀의 만류에도 아랑곳없이, 명자는 남편의 환생처럼 보이는 거북이 때문에 꿈자리가 사납다면서 막무가내다. 그러나 바윗길을 오르던 중 명자와 해주는 발길을 되돌리게 되고, 수정 혼자 용왕단에 올라간다. 해주는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에 대해 질문하고, 명자는 과거 부산의 신발 공장에서 있었던 남편의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북이를 어떻게 처치할 것인가? 수정은 선택을 해야 한다.

DIRECTING INTENTION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여공들을 다룬 이야기는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한때 번창했던 부산의 신발 산업은 수도권으로 ‘상경’하지 않은 수많은 여성-여공들이 이뤄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내 유일의 아름다운 해상 법당 용왕단을 배경으로, 허구와 사실, 이승과 저승, 자연과 악몽이 교차하는, 불교적 세계관에 기반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새롭게 발굴한 희귀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아버지들에 의해 쓰인 역사를 돌아보고 그들이 남긴 과오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질문하는 하나의 우화를 상상하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한선희

한선희

2016 올드 데이즈

STAFF

연출 한선희
각본 한선희
편집 한선희
프로듀서 이정우
촬영 김형주
조명 김형주
분장 공혜경
헤어 공혜경
동시녹음 이신희
시각효과 구인회
사운드 이주석
음악 조성욱
출연 김혜정, 김금순, 이수정

PROGRAM NOTE

한선희 감독의 <거북이와 여자들>은 여성 삼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였던 한 남성이 세상을 떠나자 아내와 딸과 손녀가 한자리에 모인다.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진 세 여성이 서로의 기억을 맞춰 보는 가운데, 또 한 명의 여성이 이 자리를 찾는다. 많은 경우 누군가에 관한 개인적 기억은 시대의 풍경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거북이와 여자들>이 시도하는 것도 사적인 기억과 공적인 기억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들여다보는 연출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건 국가의 개입을 통해 만들어진 1970~80년대의 아카이브 영상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감독은 신발 공장에서 일했던 남자의 과거를 떠올리는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 홍보 영상을 삽입하고, 고통 속에 살았던 한 소녀를 기억하는 과정에서 80년대 ‘신발 아가씨 선발대회’ 기록 영상을 보여 준다. 이 영상들은 희망과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 찬 것 같지만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 반대 지점에 놓여 있다. 이 뚜렷한 몽타주를 통해 <거북이와 여자들>은 매끈하게 가공된 공적인 기억 속에 익명의 개인, 특히 여성들의 아픔과 희생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감독은 부모 세대의 이야기가 지금도 끝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밝히며 우리의 지금 현실까지 돌아보게 만든다.

김보년 /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