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제25회)

현실과 판타지

백재중 | Beta | 칼라 | 6분 | 1998년

SYNOPSIS

엄마에게 학대당하는 아이는 엄마가 시장간 사이 한가롭게 논다.
시장에서 돌아온 엄마는 아이가 대문을 열어주지 않자 방도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폭력을 가한다.
엄마가 요리하는 동안 시장바구니에서 아이는 거북이를 발견하고 즐거운 상상으로 빠지지만 거북이가 없어진 걸 안 엄마는 거북이를 빼앗아 부엌으로 가고, 거북이 요리를 한 엄마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데...

DIRECTOR

백재중





프로그램 노트
가정은 최소의 사회이자 마지막 안식처라고 하였던가?
부모와 자식간의 자연적 유대감과 모성본능처럼 진부한 이야기는 하지 않더라도 그 뿌리붙터 흔들려온 것은 근대화 이후 물질만능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부터이다. 빨리빨리, 잘 살아보세, 때부자, 야타족, 오렌지족 등 수많은 말들은 그렇게 그 시대를 상징한다. 그래서일까, 요즘들어 언론매체를 통해 가정폭력, 자살, 친족살인, 이혼 등 험악한 소식이 넘쳐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많은 작품들이 이러한 내용르 담고 있는데 이전 단편들이 거대담론이나 커다란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어 왔다면 요즘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흥미있게 다루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 애니메이션도 그러한 맥락에서 문제제기한 작품 중 하나이다.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그나마 잘 소화해낸 무난한 작품 중 하나로 꼽고 싶다. 윤리, 도덕적 문제, 사적인 환경의 문제는 꺼내기도 어렵지만 막상 꺼내보면 통속적이거나 구태의연하기 십상이지만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가정폭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거북이라는 대상을 매개체로 엄마와 아이의 시각적, 정서적 차이를 극대화 시키고 있으면 이는 혼자인 아이의 놀이 상대를 요리해서 먹는다는 극적대립을 통해 아이에 대한 엄마의 무지막지한 폭력성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화적 어법으로 보았을때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아이는 혼자 계단과 방문에 의해 고립되어 외부와 차단되있으며 엄마는 외부로부터 먹을거리를 가져다 주는 행위로 아이는 사육되는 비인격체로 비춰진다. 그 고립감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자신을 위해 식탁에 오를 거북이로부터 시작되는데 이는 살아있다는 생명성에 의해 아이의 심리를 다룬 내용과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어 주제의 무거움을 한결 덜어주고 있다. 폭력이란 어쩌면 우리의 가까운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며 그런 일상의 영역에 접근하는 작품들이 계속 지속되어 나오길 기대한다.

STA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