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단편)

임경동 | 2009|Fiction|Color|HDV|23min 40sec

SYNOPSIS

탈북을 하여, 남한에 정착한지 1년이 된 탈북자가 차와 함께 실종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실종되었던 차만이 시골의 강변에서 발견된다. 탈북자를 관리 담당하는 정보계 경찰 고형사, 보험회사 직원 영림, 실종된 탈북자의 아들인 철민, 이 셋은 그 차가 발견된 시골강변에서 만나게 되는데...

DIRECTING INTENTION

아름다울 것 같았던 남한사회에서 삶은 대부분의 탈북자들에는 그렇지가 못하다. 그들이 남한사회에 섞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체제와 정치적 상황의 급속한 변화도 있겠지만, 같은 민족이면서 반세기동안 휴전상태인 남과 북이, 적대시하며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어버린, 서로에 대한 시각이 제일 큰 문제일 것이다. 그 속에서 섞이지 못하고 표류하는 그들(탈북자)의 삶을 표현하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09 제62회 칸국제영화제
2009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
2009 제4회 FESTASIA
2009 제8회 미쟝센단편영화제
2009 제10회 리오데자레이루단편영화제
2009 제10회 대구단편영화제

DIRECTOR
임경동

임경동

STAFF

연출 임경동
제작 강지원, 안용해
각본 임경동
촬영 이성국
편집 임경동
조명 김경수
미술 윤지선
음향 권용원, 이동민
출연 라경덕, 이금희, 고관재

PROGRAM NOTE

10년 만에 간첩이 검거된 어느 날, 새터민인 철민은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차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기관원과 철민, 그리고 역시 새터민인 보험회사 조사원 영림이 차가 발견된 강가에 도착한다. 영림은 간단한 절차를 거쳐 철민에게 보험금 수령증을 주고 서투른 표준어를 구사하는 영림을 수상하게 여긴 기관원은 전화로 그녀의 신상조사를 한다.
‘정착지원금보다 많은 보험금을 받게 되어 좋겠다’고 기관원은 뼈 있는 농담을 날리지만 철민은 묵묵히 강가에서 걸레를 빨아 오랜만에 마주한 아버지의 차를 닦는다.
철민은 대시보드에서 낡은 비타민 통을 발견하고 열어보는데 그 속에는 동전 몇 개와 구겨진 종이쪽지가 들어있다. 쪽지를 펴 보고는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는 철민. 어느새 영림도 그 옆에 앉아 비타민 통을 열어 쪽지를 펴 본다.
영림이 철민에게 건네는 보험금 수령증에도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기관원의 집요함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동질감과 연민의 표현은 싸늘한 강바람에 얼어붙어 버리고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에 던지는 눈길만이 지금 이 시간 허용될 수 있는 듯 잠시 그들은 그렇게 나란히 앉아 있다.
철민이 강물에 떠내려 보낸 낡은 비타민 통 안의 종이쪽지에는 무엇이라 적혀 있었을까.
아버지는 강을 건너 북으로 건너갔을까 아니면 어디선가 유명을 달리하셨을까.
철민과 영림은 나란히 앉아 강을 보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남한체제를 동경하며 목숨을 걸고 넘어 온 이곳에서 기관의 지속적인 감시와 얼마 안되는 정착금과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은 그들에게 여전히 북한체제만큼이나 족쇄일 것이고 보이지 않는 철조망일 것이다.
한강변을 따라 아무 일 없는 듯 달리던 차가 갑자기 이의를 제기하듯 경적을 울릴 때 우리는 당황함을 멈추고 그저 먼 곳을 응시하는, 흔들리는 눈빛의 철민과 영림을 본다.
영화는 세 사람 사이의 시선의 교차와 엇갈림, 회피와 감시를 포커스 인, 아웃, 오버 숄더 샷으로 집요하게 잡아내었다. 흔들리는 카메라와 잘 짜여진 인물의 동선으로 인해 그들에게 드리워진 무거운 공기와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화면에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부지영/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