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가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제25회)

현실과 판타지

나호원 | DV6mm | 칼라 | 3분 | 1999년

SYNOPSIS

애니메이터가 두루마리 화장지를 만나다. 화장실에서 공무도하가를 부르며 화장지에 애니메이터가 그림을 그려나간다.

DIRECTOR

나호원






프로그램 노트
어느 누구나 공중화장실에 들려 낙서를 꼼꼼히 안본 사람은 없으리라. 왜냐면 공간구조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으로 화장실은 그래서 개인의 유일한 해방구이며 현대사회에서 없어서는 체제가 무너지는 중요한 치외법권지역, 신성한 곳이 아니던가. 그 낙서는 그래서 비주류의 최전선이며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수양서이고 배설의 과정은 구도자가 번뇌와 해탈의 경지에 오르내리는 순간이다. 이때 애니메이터는 화장지에 또 하나의 수양서를 그림으로 남기게 되니 바로 이 작품이 그러한 경계 순간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고대의 '공무도하가'를 현대 오늘의 작가가 일상의 공간인 화장실에서 만나 현재성으로 풀어낸 보기드문 작품이다. <공무도하가>에 나오는 물이라는 이미지는 속과 성의 경계이며 님을 떠나보낸 피안의 세계를 나타낸다면 이 작품에서 화장실은 물로 나의 배설물을 피안으로 데려가는 경계이며 물은 이를 피안으로 데려가는 매개물이다. 또한 진화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 인간이 돌아가야할 근원이기도 하니 그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물에 몸을 던진 많은 생명들이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여기에 백수광부의 형상을 물이라는 단일한 이미지로 그리기 보다는 두루마리를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머리카락은 물결로, 물력을 구름으로 그 이미지를 연상시켜나가 백수광부처의 처연한 심정을 춤사위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 백수광부를 삼켜버린 소용돌이는 변기의 소용돌이치는 이미지와 오버랩되면서 삶과 죽음, 현실과 상상성과 속, 공과 사는 공존하며 여운을 남기게 된다. 감독의 끼있는 컨셉트와 형식을 뛰어넘는 자유로운 소재의 사용은 화장실을 나와서도 미소를 머금게 한다.

STA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