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죽었다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경쟁부문 장편

백재호 | 2014 | Fiction | Color | DCP | 102min

SYNOPSIS

2012년, 서른 살 상석은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친구 재호, 태희와 함께 영화를 찍으려 하지만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사랑도 마찬가지. 짝사랑하고 있는 미소에게도 문자 보내고 전화하는 게 전부다. 영화는 점점 산으로 가고, 상석은 자신에게 무심한 미소보다 자꾸 우연히 마주치는 한 여자에게 마음이 끌린다.

DIRECTING INTENTION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괜찮지 않았습니다. 괜찮지 않은 세상에서 괜찮다고 자위하면서 살아가고, 그래서 점점 더 괜찮지 않아지는, 정말 괜찮지 않은 우리에게,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정말 괜찮냐고 묻고 싶습니다. 꿈을 꾸던 우리들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FESTIVAL & AWARDS

2014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백재호

백재호

STAFF

연출 백재호
제작 백재호
각본 백재호
촬영 백재호
편집 백재호
음악 지쿠
출연 김상석, 이화, 백재호, 김태희

PROGRAM NOTE

어딘지 초라해 보이는 청년이 오래된 주택가 옥상에서 스마트 폰으로 자신을 찍고 있다. 그것은 놀랍게도 “이 세상의 주인, 김삼석, 여기 잠들다. 이 세상에 종말을 구하려고 한다.”라고 고백하는 영상 유서다. 그러니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은 자신의 죽음을 결심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 저 아래 주택가에서 개 짖는 소리가 이 엄숙한 순간을 깨뜨리고 청년은 신경질이 난 듯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꺼버린다. 비극은 희극이 되어버리고 청년의 진지함은 사뭇 우스꽝스러워진다. 자신의 죽음을 말하는 그 유일무이한 시간에서조차 온전한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바로 그 상황은 이 청년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압축해서 표현해주는 것 같다. 그는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단역배우다. 그나마 겨우 준비 중이던 영화는 엎어 졌고,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찌질하게 굴다 매몰차게 거절당한다. 스스로 시나리오를 써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무엇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그에게 이 세상에 스스로를 극적으로 가시화할 유일한 길은 자살이지만, 두려움과 끈질긴 생존욕구가 그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그가 쓰는 시나리오와 그의 실제 현실은 점점 그 경계가 흐려진다. 이 땅의 외롭고 가난하고 어려운 영화인들의 열패감과 자괴감과 자기연민과 불타는 인정욕구를 다룬 영화들 중 한편인 <그들이 죽었다>는 그 궁지를 영화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고심한 것 같다. 대담한 장르적 설정의 차용은 그 결과일 것이며, 영화의 마지막 순간, 우리가 보는 것은 굴복하지 않고 영화를 찍겠다는 다짐이자 야심이다.

남다은/서울독립영화제201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