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싶은 것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본선경쟁(장편)

권효 | 2012 | Documentary | Color/B&W | HD | 99min

SYNOPSIS

2007년 여름, 그림책 작가인 권윤덕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그림책 작가들과 함께 ‘평화그림책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그녀는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그림책을 그리기로 결심한다. 동료 작가들의 뜨거운 지지 속에서 작업을 시작하지만, 그림을 그려 나갈수록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과거의 상처가 권윤덕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한편 일본과 한국의 작가들은 그녀의 스케치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 결국 일본 측 출판사는 그녀의 그림책 출판을 연기한다. 그녀는 점점 지쳐가고, 그림책의 완성은 멀어져만 간다.

DIRECTING INTENTION

2차 대전 당시 일본은 식민지 및 점령지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가 조직적으로 성폭행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당시 피해자들은 많은 나이와 병으로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녀들이 모두 떠난 후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과거를 기록하는 것만이 아닌 누구를 위해 그리고 무엇을 위해 기억해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12 제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DIRECTOR
권효

권효

2006 <독립애니메이션을 만나다>

2006 <한미 FTA에 대처하는 노무현 정권의 자세>
2007 <안마를 배운 사람들>
2008 <바르게 살까?>
2009 <원웨이 티켓>
2011 < Jam Docu 강정>
STAFF

연출 권효
제작 안보영
각본 권효, 안보영
촬영 권효, 김득중, 정병식
음악 소규모아카시아밴드
그림책 내레이션 김여진
출연 권윤덕

PROGRAM NOTE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기로 한중일 작가들이 평화 그림책 시리즈를 기획한다. 여기에 한국 작가로 참여한 권윤덕은 ‘꽃할머니’라고 불리는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그림을 시작한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니의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기억의 회로를 타고 올라가, 심장을 돌아, 그로써 그녀의 붓끝을 움직였다. 끔찍한 경험은 작가에게 이입되고, 그녀의 분노와 증오,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더미북(그림책의 가제본)에 차곡히 담긴다. 무려 12권의 더미북, 그 속엔 심달연 할머니와 권윤덕 작가, 그리고 더 많은 여성들의 고통의 시간들이 쌓여 있다. 한편 그녀는 한중일 3국 작가들이 함께 평화를 엮어 나간다는 애초의 기획이 국가 간 쟁점에 따라 미묘한 간극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한다. 일본 출판사는 보수적인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우려하여 그녀의 그림에 여러 차례 수정을 요구해 온다. 안팎으로 밀려오는 갈등의 시간을 보내며, 작가는 ‘그리고 싶은 것’을 통해 어떻게 스스로를 정돈해 나갈까? 권윤덕 작가의 동선을 따라가며 생각하는 평화는 넓고 근본적이다. 일국적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를 보는 것은 일면 명쾌하나, 전쟁과 살육은 그것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숱한 부조리를 담고 있다는 것. 사려 깊은 카메라는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무겁지 않게 질문한다. 영화는 말미에 그림책 <꽃할머니>를 구연하는 배우 김여진의 따뜻한 목소리를 담는다. 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그림, 그 속에 심달연 할머니의 평생의 기억이 새겨진다.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2012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