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통일기획

서동수 | 2018 | Fiction | Color | DCP | 24min 34sec

SYNOPSIS

“걔 이름이 뭐였더라"
이정수(78세)는 피난시절, 천막학교 친구 ‘그 아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밤잠을 설친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그 때를 회상하며 ‘그 아이’의 이름을 기억하려 하지만 고령인 친구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답답한 노릇이다...

DIRECTING INTENTION

한국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 수는 등록된 인원만 13만여 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친구들과 헤어졌을 것입니다.
통계도 낼 수 없는 이별... “이산친구”
헤어진 가족도 친구도 하루 빨리 만날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서동수

서동수

 

STAFF

연출 서동수  
제작 담담 콘텐츠    
각본 서동수  
촬영 서덕렬, 한대희 
편집 이정수   
조명 이장환   
음악 호은애   
미술 태욱, 양지은      
출연 기주봉,김동영,서민경,박기산        

PROGRAM NOTE

한국전쟁이 나던 해 열 살 어린아이였던 소년은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이 됐다. 간밤에 불쑥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는데, 피난 시절 천막학교에서 만난 친구 이름이 도통 생각나지 않는다. 국방군을 따라 평양에서 내려왔던 그 아이. 평안도 사투리를 듣고 빨갱이라 욕하는 아이 때문에 말문이 막히고, 공습 때문에 자기소개를 미처 마치지 못했던 그 아이. 그 아이 이름이 뭐였더라?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그 아이 얼굴은 생생한데 이름은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다른 친구들은 그 아이 이름을 기억하려나? 국방군과 인민군으로 편을 나눠 전쟁놀이하던 기억, 소꿉놀이하던 기억, 함께 옥수수/강냉이를 따러 가자던 약속. 한 명 한 명 차례로 그시절의 기억들을 돌이켜 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꼭 그 아이 이름만은 떠오르지 않는다. 피난 시절, 잠시 함께하다 북상하는 국방군을 따라 다시 북으로 갔던 그 아이. 난리가 끝나면 꼭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던 그 아이. 그러나 그 뒤로 그 아이와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 세월이 어언 60년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어릴 적 친구의 이름을 떠올리는 과정 속에서 분단의 현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영화다. 전쟁이 치열하던 때, 피난지의 천막학교에는 인민군에게 아버지를 잃고 ‘빨갱이’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는 아이도 있고, 그래서 북에서 온 아이와의 갈등이 있고, 무시로 폭탄이 쏟아지는 공습이 있고, 늘 먹을 것이 모자라 배를 주리는 고통이 있다. 그러나 영화의 기본적인 축은 전쟁터에서 만난 아이들이 우정을 쌓아 가는 따뜻한 일화들이다. “친구잖 아, 한겨레, 한민족.” 그 친구를 만나러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으로 가는 첫 번째 역” 도라산역에 기쁜 마음으로 갈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엔딩에 나오는 노래 가사처럼, 그 좋은 날이 곧 오늘이 될 수 있을까? “좋은 날 / 가슴 떨리는 / 그런 날 오늘 / 좋은 날 / 너와 나 만나게 되는 / 햇살 가득한 오늘.”

김은아 / 서울독립영화제 인디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