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춤:기무(奇舞)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국내초청(장편)

박동현 | 2009|Documentary, Experimental|Color|HD|61min 30sec

SYNOPSIS

이 영화는 기무사, 한국 현대사, 한국의 근대 건축물에 관한 영화이다. 기무사 건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배경,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시간들이 만들어 낸 골목길, 그리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부수어져 가는 '동네' 그리고 옛 것들. 이 영화는 우리 앞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오마쥬이다.

DIRECTING INTENTION

문화라는 것은 어떻게 그 세월의 레이어가 켜켜히 쌓이느냐에 달려있다. 우리가 살아온 흔적들, 우리의 기억들, 내 삶의 손때가 지긋이 묻어있는... 그것이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이든 누군가의 삶의 한 부분을 지탱하고 있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문화의 한 편린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은 그 사람에게, 또 아마도 다른 누군가에게도 기억과 추억의 몸짓으로서의 감수성을 공유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경제 관념은 그러한 문화적 감수성들을 너무 쉽게 부숴버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부수고 새로 만드는 것은 이식이지 결코 문화가 될 수 없다는 것.

FESTIVAL & AWARDS

2009 신호탄 (서울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 개관전초전)

DIRECTOR

박동현

1997 < 무제 >
1998 < 회 >
1999 < 살의 >

STAFF

연출 박동현
촬영 조영직, 이행준, 정종호
편집 박동현
조명 조영직
음향 이승엽

PROGRAM NOTE

옛 국군기무사령부에 관한 다큐멘터리. 지금의 소격동에 자리한 옛 기무사 건물은 기구한 운명을 자랑한다. 이곳의 터는 과거 조선시대 관아 중 하나였던 종친부가 증축된 자리였다. 이후 일제의 관립 병원이었던 경성의학전문학원이 세워지고, 후일 기무사로 용도 변경 되었다. 건물은 고고학적 보존가치 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도 가지고 있다. 지난 9월 국립현대미술관 연구팀은 구 기무사 건물을 현존 국내 근대 건축물 가운데 “20세기 초 모더니즘을 완벽하게 구현한 수작”으로 평가 한 바 있다.
영화는 시간의 흔적을 좇는다. 모더니즘 양식이 구현된 기하학적인 구 기무사 건물. 수차례 증축공사 끝에 오늘날의 모습을 구현한 건물에는 예술적 아우라가 교교히 흐른다. 카메라는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방법으로 대상을 반복적으로 비춘다. 건물의 정면, 측면, 후면을 보여주던 카메라는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여기에 한 시대를 풍미했을 사람들의 발자취가 있다. 뿐만 아니라 세월의 풍파가 할퀴고 간 자국, 현대사의 잔인한 기억들이 공존하여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돈다. 이처럼 구 기무사 건물에는 과거성, 역사성, 현재성, 동시성이 공존한다. 건물은 거대한 이미지의 총체다. 일체의 기교를 배제한 화면에는 기무사 건물 특유의 즉물성이 있다. 보이는 그대로 느껴지는 그대로의 대상. 정보 과잉으로 인한 왜곡이 적고, 감정이 개입할 틈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막, 사운드, 영상들은 서로 어긋나거나 시차를 두면서 화면 안으로 비집고 들어와 관객과 만난다. 일련의 정보들은 망각된 과거를 살려내는 기능을 담당한다. 기무사는 그 이름만으로 70년대 군사문화, 박정희 독재, 파시즘을 상징한다. 때문에 잊혀 진 줄 알았던 과거의 악몽은 기무사 건물을 통해 되살아난다. 특히나 올해 불거진 기무사의 민간인 시찰사건이 오버랩 될 때는, 파시즘이라는 유령이 귀환을 마주한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나아가 근대화와 개발독재, 고속성장에 관한 역사적 고찰, 한국 전통가옥의 보전가치, 도시재개발의 부정적인 측면, 청계천 복원공사의 허와 실까지. 영화는 하나의 관점보다는 다양한 시선으로 대상에 접근한다. 기실, 이미지만으로 역사적, 고고학적 재구성물을 만들어내려는 감독의 뚝심이 느껴지는 영화다.

이도훈/서울독립영화제2009 관객심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