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세워주세요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단편경쟁

한지혜 | 2008ⅠFictionⅠColorⅠBeta(DV)Ⅰ24min

SYNOPSIS

각기 다른 문제를 가지고 삶이라는 기차에 타고 있는 4명의 젊은이.
그들은 산채로 이 기차에서 나가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DIRECTING INTENTION

"뜨거운 태양 빛이 끈끈한 얼룩에 찌들고 음식 부스러기들이 흩어져 있는 식탁보 위로 떨어졌다.
수백만의 빛줄기 들에게는 진짜 비극이었다. 태양의 표면에서 자신의 여정을 시작하여, 무한한 우주의 허공 사이로 질주를 하다가, 장거리의 하늘을 관통해, 어제 먹던 혐오스런 수프 찌꺼기에서 생명을 다하다니. 그걸 위해 그 모든 절차를 다 거쳐 왔단 말인가?"
-빅토르 펠레빈 <노란 화살> 중-
우리의 삶은 그 뜨거운 태양에서부터 시작되어 질주하여 식탁보위에 떨어지는 노란 화살인가?

FESTIVAL & AWARDS

2008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2008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한지혜

한지혜

2003 <표범과 사과>

2004 <남매는 힘이 세다>

STAFF

연출 한지혜
각본 한지혜
편집 한지혜
미술 한지혜
조연출 박세은
촬영 문명환
조명 문명환
작곡 짐 세르
출연 김정연, 손철민, 짐 세르

PROGRAM NOTE

이들이 어찌하여 모이게 되었는지 개연성은 묻지 말자. 이들은 그저 동일 지역을 지나며 같은 노래를 부르다 만난 방랑자들이다. 그야말로 여행 중 우연하게 조우한 이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같은 기차를 탔으며, ‘찬란한’ 청춘의 고비를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흡입력 있는 감각적인 영상과 인상적인 내레이션이 돋보이는 <기차를 세워주세요>는 삶을 기차로 비유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살아가고 있는 4명의 젊은이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구사하는 언어도 생김도, 국적도, 성정체성도 모두 제각각이다. 발을 한국에 딛고 있는 ‘한국사회’ 속의 젊은이이기 이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길 없는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이다. 그 삶의 한 시기 속에서 이들은 아이처럼 소리 지르고, 각자의 언어로 울며 노래한다. 버겁기만 한 젊음을 등에 지고 꾸역꾸역 현재를 버텨내고 있는 그들. 하지만 그들을 담은 풀 샷은 절망적이지 않다. 비록 이들이 지닌 것이 찬란하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은 젊음뿐일지라도 그 빈약한 젊음으로 기차를 세울 수 없다 해도 미약한 이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보듬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우리의 출발의지는 묻지 않았던 이 여행, 종착점에서 이들을 맞을 풍경은 무엇일까?
당신의 기차는 지금, 어디쯤 지나고 있는가. 혹 당신이 이들의 힘겨운 여행지를 먼저 통과했다면, 이들에게 어떤 위로를 보내겠는가.

이지연/서울독립영화제200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