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르고 밥이 익는다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늘샘 | 2010|기타|Color|DV(Beta)|14min17sec

SYNOPSIS

2009년 6월 10일, 휴대폰 카메라 속에 담긴 일곱 시의 용산과 아홉 시의 슈퍼마켓.

DIRECTING INTENTION

2009년, 용산에서 만난 10분의 기록.

DIRECTOR
늘샘

늘샘

2001 <길없는 길 위에서>

2007 <로띠와 신라면>

2009 <노동자의 태양>

2010 <미륵동서커스>

2010 <서울의 예수, 강변의 누이>

STAFF

연출 늘샘
제작 해방단
각본 늘샘
촬영 늘샘
편집 늘샘

PROGRAM NOTE

2010년 12월,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이 철거되었다. 2009년 1월 20일 이곳 옥상에서 있었던 일을 차마 잊지 못할 것이다. 창졸간에 ‘도심 테러리스트’로 규정되어 변을 당한 시민 다섯 분의 유체는 가족 동의도 없이 국과수로 빼돌려져 난도질당했고, 철거민들이 던졌을 거라는 화염병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수사결과는 의문투성이였다. 345일 동안 책임 인정과 보상을 외면한 공권력에, 유족들이 상복 한 벌로 사계절을 나며 맞설 수밖에 없었던 나날들. 그 동안, 돌아가신 다섯 분 중 고 이상림씨가 운영하던 레아 호프 자리에 예술인들과 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여 그림을 내걸고, 노래하고, 얘기를 나누었다. 용산 철거민 구술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늘샘 감독의 <눈이 오르고 밥이 익는다>는, 이 시간들, 그리고 긴 싸움을 거쳐서야 치를 수 있었던 장례식을 기록한다. ‘휴머니즘’이란 말은 사람의 시신을 흙으로 덮어주는 행위에서 왔다 한다. 화염 속에서 삶을 마감한 분들을 근 일 년 동안 냉동고 속에 방치했다 언 땅으로돌려보내다니. 형언할 수 없는 먹먹함으로, 연출자는 남일당 주변과 레아, 장례식을 조용히 담아내기만 한다. 부조리한 폭력을 목격한 그는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슈퍼마켓에 진열된 물건들을 보면서, 지하철을 타고 강을 건너면서, 그는 시시때때로 용산을 불현듯 떠올리고, 캠코더가 없을 때는 휴대전화로도 촬영한 상념의 이미지 조각들을 보여준다. 눈 내리는 새벽에 일터로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익어가는 밥이 뿜어내는 김을 보면서, 영화는 살기 위해 망루로 올라갔다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흐르는 시간이 가중하는 망각의 힘은 전능하다. 허나 용산 ‘사건’을 잊을 수 없도록 하는 사태는 계속 되고 있다. 2010년 11월 11월 대법원은 농성관련자들에게만 중형을 선고한 항소심 결과를 확정했다. 남일당 자리에는 삼성, 대림, 포스코등이 초고층 건물을 올릴 것이다. 앞으로도 용산 ‘사태’는 지속될 것이다. 카메라는 계속 이 어둠과 혹한을 따를 것이다.

신은실/ 서울독립영화제201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