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울어드립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13 (제39회)

본선경쟁(단편)

권봉근 | 2013 | Fiction | Color | HD | 28min 10sec

SYNOPSIS

주인공 금희는 울고 싶다. 왜 울고 싶은지도 모른 채, 단순히 우울증 자가 진단을 하다 겁을 먹고 그래야만 할 것 같다고 느낀다. 사실 타인과의 정서적 교감이 절실했던 금희는 지금 자신의 감정에 너무도 무감각해진 상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울음이 터지고, 계속해서 멈추지 않는 울음 때문에 금희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는 누군가를 위해 대신 울어 주는 요상한 직업을 얻게 되는데, 이를 통해서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고 서로 교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바라보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울고 싶어서 교회에 간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은 불교 신자인데 말이다. 그에게는 울 상대가 필요했던 것일까, 울 공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아니면 오줌으로 가득 찬 방광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눈물주머니를 한 방에 팡! 하고 터트릴 자극 하나가 필요했을까. 오줌보가 터지듯 시원하게 말이다. 울고 싶지만 울어지지 않는 막막한 상태. 악어의 눈물이 아니고서야 ‘울고 싶다’라는 느낌은 참 정직한 감정인데, 그것 하나 시원하게 배설하지 못하는 감정의 배뇨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영화는 출발하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권봉근

권봉근

2005 <어느 납북자의 탈북일기>
2012 <푸디토리엄 ‘재회(再會)’ 3부작>
2012 <뉴클리어 패밀리>
2013 <로망, 그레꼬로망>
STAFF

연출 권봉근
제작 김성은
기획 맹현
원작 신혜진
각본 권봉근
촬영 김현옥
편집 최희영
조명 정해지
음악 이동규
사운드 김원
미술 이민복
조연출 권영심
출연 김경미, 김지은, 맹봉학, 이용녀, 정재진, 신담수

PROGRAM NOTE

사채와 이혼, 아이와의 이별로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리는 금희는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아 울지 못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따라 기도회에 가게 되지만 교회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과 태도로 주변에 민폐만 끼친다. 입에 거품을 물고 간증하는 남자 덕분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진 금희는 급기야 눈물까지 흘리게 되고, 한번 울음이 터지자 멈출 수가 없어진다. 그 후, 금희에게 생기는 놀라운 사건들. 그날, 교회에서 금희는 어떤 ‘은혜’를 받은 것일까? 지속적인 외로움과 우울로 자신의 감정에도 무감각해져 버린 금희가 울기 시작하는 순간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감정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타인과 마음을 나누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메마른 사회에서 메마르게 살아가는 메마른 감정의 이웃들에게, 죽음을 앞두고도 울어 줄 사람 하나 없이 주변과 교감하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영화는 금희의 울음을 통해 작은 위로의 눈물을 전한다.

박광수/서울독립영화제2013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