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 콘트롤

서울독립영화제2013 (제39회)

해외초청

비암바 사키아 | Mongolia, Germany | 2013 | Fiction | Color | DCP | 90min

SYNOPSIS

몽골의 초원 마을에 살던 소년 촉은 가난하고 답답한 집에서 탈출해 도시로 온다. 아파트 옥상에 숨어 지내던 그는 맞은편 건물에 사는 아름다운 여인 아누에게 빠져든다. 훔친 리모컨으로 아누의 TV를 이리저리 조종하며 즐거워하던 촉은 점차 아누의 삶도 조종하고 싶어진다.

DIRECTING INTENTION

<리모트 콘트롤>은 선택에 대한 영화다. 미래에 대한 우리의 희망과 두려움, 우리의 운명, 현실과 상상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두 주인공은 현실에서 탈출하기를 꿈꾸며 환상 속에서 살지만, 동시에 현실을 견뎌 내기 위해 삶을 통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들의 이야기는 몽골 사회의 현재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최근의 체제 변화 후, 몽골 사회는 가까스로 ‘사춘기’를 벗어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우리 사회 역시 새로운 가치를 정의하려 애쓰며 미래에 대한 기대와 달콤한 꿈에 기대어 살고 있다. 나는 합리적인 플롯을 불합리한 시적 영상에 담음으로써, 단순한 내러티브를 다층적인 현대의 동화로 만들고자 했다. 이 영화가 동과 서, 고전적 내러티브와 시적 구조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주기를 바란다.

FESTIVAL & AWARDS

2013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상

DIRECTOR
비암바 사키아

비암바 사키아

1996 < Umbilical cord >

1996 < State of Dogs >
STAFF

연출 Byamba SAKHYA
제작 Ariunaa TSEERENPIL
각본 Byamba SAKHYA
촬영 Charles LIBIN
편집 Byamba SAKHYA, Naomi SPIRIO
미술 Ariunsaikhan DAVAAKHUN
음악 Sansar SANGIDORI
음향 Abigail SAVAGE
출연 Baasandorj ENKHTAIVAN, Bayarmaa NERGUI, Ganbaatar CHAGNAADORJ

PROGRAM NOTE

<리모트 콘트롤>은 도시로 가출한 소년의 시선을 통해 도시화와 함께 빠르게 변화해 온 몽골 사회 속 삶의 한 단면을 그려 내는 영화다. 아직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지역에 사는 촉은 번화한 울란바토르로 우유 배달을 다닌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다툼이 끊이지 않는 집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고향을 뒤로 하고 울란바토르로 가출하는 촉. 한 건물 옥상에 자리를 잡고 도시 생활을 시작한 그는, 건너편 아파트를 관찰하다 그 꼭대기 층에 사는 여인 아누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망원경으로 건넛집들을 훔쳐보고, 급기야 리모컨을 구해 그 집 TV를 보는 촉의 모습은 의지할 곳 없는 소년의 외로움과 더불어 인간적인 소통이나 관계가 단절된 현대 도시의 삶의 풍경을 드러낸다. 리모컨 버튼 하나로 그 집 TV를 조종할 수 있을 만큼은 가깝지만, 실제로 다가가기엔 먼 타인들에 불과한 촉과 아누 사이의 거리. 아누와 가까워지고 싶은 갈망을 반영하는 촉의 환상과 빈집털이를 하며 살아가는 현실 또한 그만큼 괴리돼 있다. 외로운 소년의 미묘한 심리와 낯선 도시에서의 녹록치 않은 생활기를 세심하고 수려하게 담아낸 비암바 사키아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으로, 개발 논리 아래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몽골 사회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영화다.

황혜림/서울독립영화제2013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