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장편 쇼케이스

곽민승 | 2021 | Fiction | Color | DCP | 74min 57sec (E)

SYNOPSIS

COVID-19가 창궐한 세상. 스물다섯 살 주리는 백수 상태로 인간관계를 단절한 채 자취방에서 홀로 살아간다. 하루 종일 하는 것이라고는 집에서 먹고 자고 게임하고 담배 피우는 게 전부인 반면 주리의 엄마 영심은 어려운 시기에도 야무지게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의 간병을 위해 시골로 떠나야 할 상황이 찾아오자 영심은 주리에게 당분간 김밥집을 맡으라고 강요한다. 얼떨결에 김밥집을 맡게 된 주리, 김밥을 만드는 것부터 난관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손님들이 가게를 찾아온다.

DIRECTING INTENTION

혼자가 된 주리의 어두운 삶에 김밥을 말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살며시 드리워지는 작은 빛

FESTIVAL & AWARDS

2021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2021 제9회 무주산골영화제
2021 원주옥상영화제
2021 제16회 파리한국영화제
2021 제41회 하와이국제영화제
2021 제16회 런던한국영화제

DIRECTOR
곽민승

곽민승

2013 밝은미래
2015 럭키볼
2020 입천장 까지도록 와그작

STAFF

연출 곽민승
제작 곽민승
프로듀서 김혜승
촬영 김진형
편집 곽민승
조명 안경훈
음악 정준영
미술 임수진
출연 심달기, 정은경, 박효원

PROGRAM NOTE

코로나 팬데믹이 독립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미 너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심달기가 분한 주리는 스물다섯, 하는 것 없는 청춘이다. 대낮부터 누워 자다, 일어나선 창가에 앉아 담배를 물며 커피를 마시고, 남는 시간엔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은 요즘 들어 누구라도 한 번쯤 빠져 봤을 광경이다. 시골 할머니 간병차 내려가는 엄마를 대신해, 주리는 신나라김밥을 맡아서 운영하게 된다. 시큰둥한 딸 주리와, 내가 좋아하는 배우 정은경이 연기하는 엄마 영심의 케미는 그만이다. 실제로 김밥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본다면 “이렇게 한가한 가게가 어디 있냐?”고 웃겠지만, <말아>는 주리가 엄청난 노동에 허덕인다는 이야기와 거리가 멀다. 방구석에 처박혀 살던 그는 조용한 성격의 스톤로지스 청년, 과도하게 예의가 바른 꼬마를 만나고, 산악회 아저씨로부터 단체 주문을 받아 수십 줄의 김밥을 말기도 한다. 우리는 끊어진 과거의 교류에 흔들린다. 상실과 단절을 초래한 코로나로 인해 더 그런 것 같다. 주변에서 일어난 여러 변화를 곰곰이 껴안는 <말아>는 작은 진실을 전하는 영화다. 그 진실 중 하나는, 산다는 것에 누군가와 계속 만나고 이어지는 과정의 기쁨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주리는 김밥 꼬다리를 유독 좋아한다. 그가 꼬다리에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보면 김밥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