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맴맴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단편)

박준우 | 2011|Fiction|Color|HD|16min44sec

SYNOPSIS

정신지체 특수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상두. 이제 거의 끝이 보인다. 계속 함께 마주치며 지내던 고등학생 아이들과도 무척 친하다. 근데 유독 한 녀석. 준우는 참 힘들다. 날씨가 더워지고 매미소리가 우렁찬 여름이 오면 준우는 기분이 좋다. 매미소리를 실컷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두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즐거워하는 준우를 그냥 보고만 있지 않는다. 결국 힘으로 준우를 제압한다. 더위가 절정인 오후가 되자 비가 툭툭 떨어지고 매미소리는 빗소리가 커지며 사라졌다. 상두는 매미소리를 듣지 못해 불안해진 준우를 주시하지만 한눈을 판 사이 준우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 운동장에 있던 느티나무에 매달린 준우는 매미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하고 상두는 그 모습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실컷 울고서 만족한 준우가 나무에서 내려온다.

DIRECTING INTENTION

"정상인의 반대말은 비정상인일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반대말은 예비 장애인일 수밖에 없다." 지적장애학교에서 공익근무를 하며,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지는 나의 모습이 과연 어떠하였을지 생각해보았다. 무더운 여름철, 매미 우는 소리를 맴맴맴이라 하든, 앵앵앵이라 하든, 그것을 다양성의 한 측면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된 모습을 비추려 애썼다.

DIRECTOR
박준우

박준우

2011 <히구라시>

STAFF

연출 박준우
제작 김보경
각본 박준우
촬영 정재아
편집 유다운
조명 고재일
미술 박준우
음향 박준우
출연 김상두
조연출 조아혜

PROGRAM NOTE

아마도 동년배일 것 같은 두 남자가 나오는 한여름의 장애인 특수학교가 배경이다. 하나는 매미 흉내를 내며 교실을 뛰쳐나가기 일쑤인 학생이고 하나는 그를 잡기 위해 뒤따라가기 일쑤인 공익근무요원이다. 이 영화는 줄거리랄 것도 없이 이야기가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짧고 단순한 이야기를 다루는 단편영화의 미덕이 있다. 여름 한순간의 매미울음처럼 짧고 분명하고 상쾌하다.
장애인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매미 청년의 기이한 행동에 대해 “자폐라서……” 운운 하지 않으며, 왜 매미인 것인지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에 대한 것이다. 그것이 참 은근슬쩍 일어난다. 공익 청년은 정치적인 올바름을 위해 노력하는 타입도 아니다. 지각하고도 건들건들 넘어가는, 그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령 좋은 청년이다. 그런데 매미 청년에 대해서는 요령을 부리지 않고, 영화는 아주 약간 진심으로 대하기 시작할 때까지만 보여준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아주 약간의 진심으로 짧은 이야기는 깔끔한 영화가 되었다. 마치 연극의 한 막만을 뚝 떼어 낸 것 같은, 맥락을 생략한 극히 단순한 서사가 주는 단편영화의 미덕은, 그 전의, 그 사이의, 그 후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이현정/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