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바람과 불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장편)

김경만 | 2011|Documentary|Color + B&W|Beta|117min45sec | 독립스타상-편집 김경만

SYNOPSIS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한 믿음은 마치 기독교와도 같았다.

DIRECTING INTENTION

믿음과 세계의 충돌과 아이러니, 그 건널 수 없는 괴리감

FESTIVAL & AWARDS

2011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관객상
2011 제15회 서울인권영화제
2011 인디포럼

DIRECTOR
김경만

김경만

2002 <각하의 만수무강>


2003 <하지 말아야 될 것들>


2004 <학습된 두려움과 과대망상 (한독협 국보법 철폐 프로젝트)>


2006 <골리앗의 구조>


2008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STAFF

연출 김경만
제작 김경만
자료조사 이수민, 김민수
촬영 김경만, 정재훈
편집 김경만
믹싱 고은하, 표용수
알파벳 노래 고예원
알파벳 노래 녹음 김날
번역 전소희
타이틀 디자인 허성호

PROGRAM NOTE

전통적인 입성의 사람들과 가옥 사이 길게 늘어선 기차길, 그 위를 내달리듯 유려하게 미끄러지는 카메라. 바닥 위 선명하게 쓰인 ‘38선’이라는 글자와 미군의 행렬을 담은 장면에 이어,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드는 이승만 대통령 부부의 모습, 하늘 높은 곳에서 비라도 뿌려대듯 지상을 향해 떨어지는 폭탄 투하 장면이 차례로 이어진다. 그리고 영어로 미국과 신에 대한 감사, 반공에의 의지를 공식 발표하는 한국의 초대 대통령.
김경만 감독의 <미국의 바람과 불>은 다분히 신화적인 느낌의 제목 그대로 미국과 기독교, 반공 이데올로기의 삼위일체 속에 세워지고 다져온 대한민국 건국신화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일련의 이미지들로 시작된다. 최근 몇 년 간 뉴스릴이나 국정 홍보물, 기록영화 같은 오래된 기록물에서 찾아낸 이미지들을 재배치하고 이미지와 사운드를 충돌시켜 새로운 의미와 풍자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몰두해왔던 감독은 이제 해방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의 사건과 시간을 자신만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새롭게 쓰고자 한다. 미국에 의해 만들어졌고, 미국을 닮고자 했으며 미국을 향한 고백을 멈추지 않았던 대한민국, 그리고 영화는 미국과 기독교, 반공 이데올로기 모두 ‘경제성장’ ‘조국 근대화’ 같은 경제나 부, 자본을 향해 수렴되어 왔음을 시사한다. 초대 대통령부터, ‘사대주의를 배척하자’ 주장했던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그가 간첩으로 몰아 납치, 살해하려 했던 김대중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모든 역대 대통령들이 미국 의회나 백악관을 방문해 똑같은 어법으로 동맹국으로서의 신의와 함께 경제성장의 가능성을 천명하는 영상물들은 사뭇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들의 마지막 리스트에 미국 의회에서의 연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현재의 대통령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한국어 제목이 내포한 다분히 신화적, 종교적인 이미지와는 또 다른 영어 제목 ‘An Escalator in World Order'는 어쩌면 미국과 기독교, 반공, 그리고 자본주의를 향한 ’대한민국‘의 욕망을 더욱 극명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의 처음 전대근적인 공간을 가로지는 근대의 전령사인 기차와 움직이는 카메라와 함께 시작된 이 여정은 배경음악으로 들려오던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의 선율만큼이나 애잔하고 비극적이다.

모은영/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