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아리랑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경쟁부문 장편

박배일 | 2014 | Documentary | Color | HD | 118min

SYNOPSIS

우리 밭 옆에 765가 뭔가 송전탑을 세운다케서 농사꾼이 농사도 내팽개치고 지난 3년 동안 이리저리 바쁘게 다녔어예. 그거 들어오면 평생 일궈 온 땅 잃고, 병이 온다카데예. 동네 어르신들이랑 합심해가 정말 열심히 싸웠는데 작년 10월에 경찰들이 쳐들어와가 우리 마을을 전쟁터로 만들어 놨었습니더. 아이고 할 말이 참 많은데 한번 들어 보실랍니꺼.

DIRECTING INTENTION

<밀양 아리랑>은 매일 새벽 산을 오르며 맨몸으로 765kV 송전탑을 막기 위해 싸워온 밀양 주민들에 대한 기록이다. 주민들이 부르는 구슬픈 아리랑 속엔 핵과 송전탑, 민주적이지 못한 에너지 구조, 소비문화의 신화, 공동체가 파괴 된 폭력적인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욕망과 그들의 한이 녹아있다.
밀양 주민들은 묻는다. "왜 수도권에서 쓸 전기를 보내기 위해 우리의 목숨을 담보 잡혀야 하는가?", 이 물음에서 시작 된 질문은 "왜 핵발전이어야 하는가?"로 확장된다. <밀양 아리랑>은 밀양 투쟁의 의미와 주민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FESTIVAL & AWARDS

2014 제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DIRECTOR
박배일

박배일

2007 <그들만의 크리스마스>

2008 <내사랑 제제> 

2008 <촛불은 미래다> 

2010 <잔인한 계절>

2011 <나비와 바다> 

2013 <밀양전>

STAFF

연출 박배일
편집 박배일
음향 김병오
음악 김현철(with 449project)
기타 문창현, 김주미
출연 김영자, 박은숙, 김말해, 손희경

PROGRAM NOTE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 현장에서 마을 주민들을 찍어온 박배일 감독의 <밀양 아리랑>은 <밀양전>에서 다 전하지 못한 밀양의 두 번째 기록이다. 전작에 비해, 주민들, 특히 ‘할매’들과의 거리감은 더 좁혀졌고, 그만큼 내밀해진 관계의 흔적들이 영화 곳곳에 묻어난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어쩔 도리 없이 드러나는 마을 공동체의 생채기들, 병든 육체, 지치고 무기력해진 마음 등이 카메라에 담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다큐멘터리에 활기가 사라지지 않는 건, 전적으로 ‘할매’들의 생기 덕분이다. 그들은 치열하고 슬픈 싸움의 나날 속에서도 일상의 사사롭고 소박한 기쁨을 여전히 붙잡고 있으며, 불같이 분노하다가도 어느새 농사꾼으로서, 다정한 이웃으로서 천진난만한 대화를 이어간다. 박배일은 밀양을 다룬 여타의 다큐멘터리들이 싸움의 현장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것과 달리, 여성동지들의 일상과 사적인 기억과 우정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거기 자연이 있고, 그 자연과 삶을 나누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렇게 보여줄 때, <밀양 아리랑>은 격렬한 투쟁의 순간을 찍는 것 이상으로 그들의 삶이 지켜져야만 하는 이유를 힘 있게 설득시킨다. 이 영화는 주민들의 억울함과 원통함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웃음과 의지를 통해서 살아있다는 것 자체의 존엄함을 느끼게 함으로써 그들의 저 긴 싸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의 후반,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다 같이 모여 평화롭게 밥을 먹고 있다. 그 모습 위로 그들의 공간을 철거하려는 세력들에 맞서 울고 고함치며 “여기 사람이 있다”고 울부짖는 참혹한 현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영화는 그 순간의 비극을 직접 보여주며 우리를 구경하게 하는 대신, 마을 주민들이 지켜내려는 아주 작은 평화와 그걸 무참히 짓밟는 권력의 폭력을 서글프게 충돌시킨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을 눈물로 끝내지 않는다. 다시 둘러앉아, 마치 아무 일도 없던 듯이 막걸리를 나누고 밥을 먹는 그들의 쾌활함이 영화의 마지막을 채울 때, 우리는 송전탑 건설여부와 관계없이 할매들은 이미 이긴 것이 아닌가, 믿고 싶어진다.

남다은/서울독립영화제201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