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문이 열린다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선택장편

유은정 | 2018| Fiction | Color | DCP | 90min (E)

SYNOPSIS

도시 외곽, 공장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혜정. 할 수만 있다면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 살고 싶다고 생각하던 혜정은, 어느 날 밤 자신의 방에서 유령이 되어 눈을 뜬다. 하루하루 거꾸로 흘러가는 유령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구하고자 하는 혜정은 살아있을 때 보지 못했던 다른 사람들의 상처와 슬픔을 엿보게 되고 서로의 죽음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DIRECTING INTENTION

나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 보이지 않거나 고립되어있거나 소리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2018 제9회 광주여성영화제
2018 오오극장 3기 관객프로그래머 영화제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2018 제4회 대구청년영화제
2018 제5회 춘천영화제
2018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

DIRECTOR
유은정

유은정

2012 <낮과 밤>

2015 <싫어>

2015 <캐치볼>

2016 <밀실>

 

STAFF

연출 유은정
제작 조성훈, 유은정
라인피디 김덕수
조연출 김기환
스크립터 나가이
촬영 이주환
편집 이영림
조명 장덕재
동시녹음 정상수
음악 권현정
미술 유영종
출연 한해인, 전소니, 감소현

PROGRAM NOTE

이 영화는 유령의 시간을 빌려 과거를 되짚고, 기억의 회로 속에서 시간을 재구성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사건을 고쳐 미래를 바꿔내려는 과제만큼이나, 보이지 않았거나 보지 못했던 과거의 발견 그 자체가 중요하다. 유령의 시간이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또는 다시 산다면, 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시간의 반복과는 다른 결도 품고 있어서다. 혜정이 시간을 거슬러 열고 있는 것은 그녀가 몰랐던 사람들의 기억이고, 그 기억들은 혜정의 시간 안에 겹쳐 공존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는 돌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열리는 시간인 것이다.
그렇게 혜정이 걷게 된 시간은 외면했던 목소리의 정체를 일깨우며, 처음으로 누군가를 깊게 응시하는 경험을 준다. 그리고 사건의 전개 때문에 정서적인 흐름이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속에서 공포는 자극보다는 성찰을 위한 장치로 역할 한다. 혜정의 삶은 스스로 고립됨으로써 죽은 시간과 닿아 있다면, 유령의 시간은 소통을 우리네 삶을 지속시키는 힘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하늘에 ‘분양’이라는 글자를 달고 떠 있던 풍선, 입주광고 플래카드, 재개발을 위해 허물어지고 있는 동네 등은 죽음의 연쇄와 그 고리를 끊는 과정에서 미처 다 명백해지지 못하고 어떤 잉여 이미지로 남아있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죄가 아니며 그것이 서로 손을 잡아 격려하거나 말리는 마음과 함께해야 지속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게 부여잡은 손들의 삶은 이제, 하늘로 치솟아 둥둥 떠 있는 이기적인 개발 환경을 함께 노려보고 어떻게 터뜨려버 릴까 고민할 때다.

채희숙 /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