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하루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35mm 단편영화 특별전

김동현 | 2004 | Fiction | 35mm | Color | 20min 19sec

SYNOPSIS

어린 딸과 며칠째 방안에서 굶고 있는 종석은 동냥을 하러 밖으로 나가지만 어쭙잖은 동냥질과 자기 모멸감에 동냥질을 그만둔다. 집에 돌아온 종석은 강도질을 하기 위해 다시 칼을 들고 나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지만 높은 담들과 닫힌 대문 앞에 좌절한다.

DIRECTOR
김동현

김동현

1997 <섬으로부터>

2004 <배고픈 하루>
2005 <상어>
2007 <처음 만난 사람들>
2013 <만찬>

STAFF

연출 김동현
각본 김동현
촬영 송의헌
조명 김홍완
편집 이도현
작곡 백대웅
믹싱 김수덕
출연 주진모, 권예원, 조갑봉

PROGRAM NOTE

<배고픈 하루>의 주인공은 주린 배를 움켜주고 자신을 기다리는 딸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아버지이다. 창피를 무릅쓰고 거리의 걸인이 되었다가 효과를 보지 못한 사내는 부엌칼을 들고 강도짓을 하기로 작정한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한 무지렁이 노동자의 물러 터진 심성 탓에 소기의 결과에 도달하지 못한다. 이 사내를 둘러싼 암담한 정황은 세계의 폭압적인 조건을 압축하고 있다. 소비와 향락에 광분한 세태에 비추어 그가 놓인 위치는 허망한 들러리의 삶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작은 기적과 은총의 순간이 존재한다.
이웃 할머니가 건넨 한 종지의 물에 담긴 온기는 존재의 불구성을 일소하는 카타르시스로 급전된다. 이 대목에서 현실의 한 단면을 통해 세계를 드러내려했던 김동현의 영화적 방법론은 리얼리즘과 판타지의 접경지를 서성인다. <배고픈 하루>의 가장 큰 미덕은 단편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압축적인 플롯과 강렬한 주제, 그에 상응하는 형식의 단단함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요즈막 단편영화들에서 희귀해진 덕목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히 여길만한 것이다. 인물이 구체적인 인격으로 살아있는 까닭에 연출자가 표현하려는 세계의 풍경이 강력한 기세로 살아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장병원/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