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 번째 구름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특별장편

정성일 | 2018 | Documentary | Color | DCP | 166min (E)

SYNOPSIS

그 해 겨울 일월 일일, 임권택 감독님은 102번째 영화 <화장>의 촬영을 시작한다. 오랜 동안 한국영화에서 난공불락이라 불리던 김훈 작가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다음 그 해 봄까지 찍는다. 현장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지만 또 그렇게 영화와 함께 풀려나간다. 그 해 겨울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세트장과 길거리, 그리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가면서 임권택 감독님은 마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연주하듯이 매일의 현장을 일사불란하게 연출한다. 그건 영화를 찍는다는 문제뿐만 아니라 배우들과의 교감, 스텝들과의 관계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 촬영의 현장에 처음부터 끝까지 머물면서 이 대가의 연출의 비밀을 지켜본다. 그저 지켜볼 때에만 알 수 있는 비밀. 영화가 끝나고 임권택 감독님은 영화와 함께 고향 장성을 방문한다. 그 자신이 18살에 가출한 다음 오랜 시간 외면해왔던 땅. 거기서 그 영화의 시사회를 갖는다. <백두 번째 구름>은 <녹차의 중력>과 하나의 짝을 이루고 있다.

FESTIVAL & AWARDS

2018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정성일

정성일

 

2009 <카페 느와르>

2015 <천당의 밤과 안개>

2018 <녹차의 중력>

 

STAFF

연출 정성일
제작 김종원
촬영 이진근
편집 이윤형, 정성일
사운드 이승철
음악 이지연
출연 임권택

PROGRAM NOTE

<녹차의 중력>이 임권택 감독의 생애사라면, <백두 번째 구름>은 임권택 감독의 한 작품을 통해 미시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백두 번째 구름>은 임권택 감독의 백두 번째 작품 <화장>의 제작 과정을 순차적으로 그러나 단편적으로 따라간다. 메이킹 필름 형식을 취하는 영화는 사실세 가지 축을 유연하게 넘나들면서 감독 임권택을 조명한다. 김훈 소설의 『화장』의 텍스트와 임권택 감독의 영화 <화장>과 그리고 정성일 감독이 담고 있는 작품 제작 현장이 서로 넘나들며 엮여있다. <백두 번째 구름>은 소설의 영화, 영화의 영화, 감독의 영화라 할 수 있다. 특히 소설의 문자언어를 영화의 영상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을 통해 임권택 감독이 문자를 영상으로, 현장을 카메라 속 장면으로 담는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를 통해 감독 임권택이 가진 유연하 지만 정확하고, 과묵하지만 섬세한 감각과 리듬을 마주하도록 한다.
영화는 전편 <녹차의 중력>과 마찬가지로, 작품 현장에서 작업하는 임권택 감독을 관찰하고 또관찰하지만, 그에게 다가가지도 개입하지도 심지어 말을 걸지도 않는다. 그저 그가 모니터를 보며 짓는 표정들을 소중히 발견해낼 뿐이다. 그러다 마지막, <화장> 촬영을 마치고, <백두 번째 구름>도 마칠 즈음, 그의 육성을 빌어, 그의 작품관을 듣는다. 영화감독은 자신이 살아낸 삶의 누적된 경험들을 찍어내는 거라고. 지금까지 살아온 누적된 삶의 경험 이상도 이하도 아닌, 꼭아는 만큼만 담는 거라고. 임권택 감독과 꼭 닮은 영화가 <화장>이라면, 정성일 감독(의 마음)을꼭 닮은 영화가 <백두 번째 구름>일 터. 영화는 임권택 감독을 곁에서 바라보며 느낀 경험들 하나하나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담아내고 있다.

이승민 / 서울독립영화제2018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