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아이들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통일기획

아오리 | 2018 | Documentary | Color | DCP | 30min 54sec

SYNOPSIS

13세에 라오스를 통해 탈북한 은경, 19세에 중국 국경에서 총을 맞을 뻔한 성진, 11세에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온 중국 출신 승희는 모두 한국에 살고 있다.

DIRECTING INTENTION

한국에서 사는 북한에서 온 아이들, 북한 부모를 둔 3국 출생 아이들 그들의 삶과 한국사회에 저변에 깔려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아오리

아오리

2007 < Are you married? >

2010 <놈에게 복수하는 법>

2013 <잔인한 나의, >

2017 < The way to Seoul >

2018 <퍼니게임(VR)>

 

STAFF

연출 아오리
제작 송혜진
조연출 조은별, 안명희
촬영 도영, 조은별, 아오리
편집 아오리, 조은별
출연 유은경, 정성진, 이승희

PROGRAM NOTE

고작 십 대 아이들, 그것도 겨우 열한 살, 열세 살 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탈북자’라고 통칭되는 이들에 대한 시선은 매우 차갑고 무심하다.
기나긴 분단체제는 서로에 대한 무지와 적대를 양산하였고, 어느새 뉴스에서 일상처럼 흘러 나오는 탈북자들에 대한 보도는 빈곤과 갈등, 사회적 부담 등으로 점철되기 시작했다. 하나의 민족, 통일에 대한 염원이라는 추상적 수식어들에도 불구하고, 정작 나이 어린 탈북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대한민국은 위압과 명령, 차별과 배제, 자기 부정과 필사의 경쟁을 강요하는 낯선 이국에 다름 아니었다.
아오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보이지 않는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탈북을 감행해야 했던 십대 청소년 아이들을 인터뷰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작품이다. 부모의 결정에 의해 혹은 자신만의 판단에 의해 홀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야 했던 아이들. 그 아이들이 가장 먼저 대면한 대한민국은 국정원의 독방과 고압적인 합동 심문이다. 아이들임을 감안하지도 배려하지도 않는긴 수사 과정이 끝난 후 만나게 되는 대한민국 역시 이들에게는 차갑고 험난한 조국이다. 탈북 자라는 낙인은 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도 결코 관대해지지 않는다. 학교와 또래는 이들을 따돌리고, 시간에 쫓겨 숨 막히게 달려야 하는 경쟁 구조는 고향 땅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세계이다. 좀처럼 웃지 않는 낯선 얼굴들,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멸치와 차별의 구조들 속에서 탈북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갈등하고, 고향을 배신했다는 죄의식을 놓지 못하며, 굶주리고 빈곤했으나 새삼 그리워지는 고향의 풍경과 사람들 사이의 온정을 잊지 못한다.
이 영화는 탈북 청소년들에 대한 솔직한 인터뷰와 그들이 목도한 낯선 세계의 풍경들을 교차 편집하며, 우리가 한 번도 적극적으로 들으려 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너무 어린 나이에 경계를 넘어 다른 세계에 도착해야 했던 아이들의 증언은 한편으론 우리에겐 너무 익숙해 새삼 상기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경쟁과 갈등, 차별과 배제, 무엇보다도 낯선 이들을 향해 결코 웃음을 내주지 않는 삭막한 감정들. <보이지 않는 아이들 >은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야만 하는 아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감추어진 민낯을 드러낸다.

정지연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