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산을 향해 걸어가는 한 남자가 있다. 이 영화는 그의 마지막 하루를 동행하며 멀리서 관조한다.

먼저，이 영화는 자식을 먼저 보낸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다．　
－　대부분의 영화들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재치 있는 대화와 화려한 미장센，카메라 워크, 매력적인 캐릭터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주인공의 감정을 이입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한마디로 관객에게 의도적으로 불친절하게 만들었다．남자가 어디로 가는지，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전혀　설명하고 있지 않는다．심지어，영화의 후반 남자가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까지도 남자가 자살을 하려는 이유나，왜 꼭 그 자리여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관객이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기 시작하는 것은 동일한 죽음을 경험한 이후다．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쯤 그들은 반성할 것이다．주인공의 슬픔을 보며 지루해했던 자신의 모습이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지 않는 현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Short Film Corner” 선정 (프랑스)
2015 제37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BEST SHORT FILM NOMINEE” (러시아)
2015 제23회 샌프란시스코 글로벌영화제 “Official Selection” （미국）
2015 제18회 아르파 국제영화제 “BEST SHORT FILM NOMINEE” (미국)
2015 제16회 샌디에고 아시안 영화제 “Official Selection” (미국)
2015 제7회 크리스탈 팰리스 국제영화제 “BEST SHORT FILM NOMINEE” (영국)
2015 제6회 뉴욕시 독립영화제 “Official Selection” (미국)
2015 제6회 FIC 국제단편영화제 “BEST SHORT FILM NOMINEE” (아르헨티나)
2015 제10회 Arica Nativa 국제영화제 “Official Selection” (칠레)
2015 제2회 씨네토큰 국제영화제 “Official Selection” (멕시코)
2015 제1회 치암피노 국제영화제 “Official Selection” (이탈리아)
2015 제1회 알타랑가 국제영화제 “Official Selection” (이탈리아)
2015 제1회 툰하 국제영화제 “Official Selection” (콜롬비아)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는 남자는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에서 허기를 채운다. 그곳에서 아내를 만나지만 이내 뒤돌아서버리는 남자. 그는 눈 덮인 산길을 오르고 또 올라 자살을 시도하지만 삶을 놓아버리는 것조차도 쉽지는 않다.영화 <설화>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아픈 상처를 지닌 사람의 슬픔을, 그러니까 겪어보지 못한 이들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조차도 없는 슬픔의 깊이를 담아내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관객에게 어떠한 정보도 충분히 제공해주지 않는다. 게다가 남자를 따라가는 카메라는 놀라우리만치 침착하게 움직이며 안정적인 화면 안에 인물과 풍경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것은 영화 <설화>의 미덕이자,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슬픔의 심연에 빠져 있을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감독이 지키고자 하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태도가 아닐까 한다.

박광수/서울독립영화제2015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