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방

서울독립영화제2016 (제42회)

특별초청 단편

장나리 | 2016 | Animation | Color | DCP | 8min 16sec

SYNOPSIS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다. 아버지와 헤어져 살게 된 후 그녀는 뜻밖의 순간에 가족에게 버림받은 아버지의 시간들을 떠올리며 혼란스러워진다.

DIRECTING INTENTION

가족은 때론 남보다 더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서적 유대를 끊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증오하고 연민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서로의 삶에 상처를 내고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가지고 어딘가 결핍된 삶을 간다.

FESTIVAL & AWARDS

2016 제12회 인디애니페스트 인디의 별(대상)
2016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DIRECTOR
장나리

장나리

2010 <반짝반짝>

2012< HOME SWEET HOME > 

STAFF

연출 장나리
제작 장나리
각본 장나리
편집 장나리
음악 곡방(손영웅)

PROGRAM NOTE

공사장을 급히 지나, 비를 피해 집으로 돌아가 방에 앉으면 비로소 안온한 평화가 시작되어야 하는데, 주정을 부리는 아버지는 이불 속에 꽁꽁 몸을 숨겨도 반드시 나타나서 웅크린 몸을 끄집어낸다. ‘나’는 기다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다리고 싶지 않아서 찬밥처럼 방에 담겨 있다. 주방에서 날붙이를 꺼내 서랍에 숨겨 놓고 없는 사람처럼 숨을 죽이면,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경험한 폭력은 엄마의 흐느낌이나 파리의 윙윙거림처럼 맴도는 아버지의 설교, 파열음과 비명, 욕설 같은 소리로 파편화되어 귓가에 잔상을 남긴다. ‘나’는 어른이 되었지만, 봉인한 기억은 작은 계기만으로도 쉽게 틈을 비집고 올라온다. 문득 ‘나’는, 내가 떠난 아버지의 방에 남겨졌을 아버지 생각이 난다.
<아버지의 방>은 감정의 무게를 애니메이션이 성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온몸을 잡아당기고 내리누르는 힘, 여전히 남아 있는 두려움의 찌꺼기, 선악이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이전에 생리적으로 흐르는 눈물이나 치받는 분노를 가감없이 묘사하고자 한다. 누구보다 잔인해질 수 있고 누구보다 미워할 수 있는 가족의 지긋지긋하고, 고통스럽고, 질기고 아픈 관계는 가정법으로만 쓸 수 있는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할 때 뚜렷해진다. 마른 재료의 질감으로 액체처럼 이동하는 기억과 감정을 긴밀히 연결한 방식이 돋보인다.

김송요 / 서울독립영화제2016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