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는 걷히고

서울독립영화제2016 (제42회)

본선경쟁 단편

김성진 | 2016 | Fiction | Color| MOV | 20min 39sec

SYNOPSIS

멀리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한 가족. 하지만 이들은 출국 전 안 좋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결국 안 좋은 선택을 하는 가족. 그러나 그마저 실패하고 만다.

DIRECTING INTENTION

평범한 삶에 찾아온 흔한 불행. 하지만 제가 만든 인물들은 그 불행에 징징대거나 쉽게 울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묵묵히 서로 위로하며 헤쳐 나갑니다. 무조건적인 희망과 근거 없는 용기를 내는 인물들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단편영화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저는 장애물을 열심히 그리는 것보다 그것을 무뚝뚝하게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는데 더 노력하고 싶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성진

김성진

2009 < 기침 > 

STAFF

연출 김성진
제작 김영훈
각본 김성진
촬영 성민철
편집 김창영
동시녹음 안성일, 유현영
조연출 문성권, 안용해
출연 곽민준, 박현영, 김도엽

PROGRAM NOTE

먼 길을 떠나는 세 식구의 우중충한 로드무비. 엄마, 아빠, 아들로 이루어진 가족은 이민을 가기 위해 각자의 트렁크를 끌고 공항을 간다. 출국하기 전 아버지의 주식이 폭락한 사실을 알게 되고 이민을 포기한다. 가족은 사기를 친 남자를 만나지만 도리어 얻어맞고 또다시 대출 사기를 당한다. 더는 갈 곳 없는 그들은 동반 자살을 시도하나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는 희망을 잃어가는 한 가족의 불행한 하루를 동행하면서도 절망적이기보다는 따뜻한 시선을 발견한다.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무덤덤한 얼굴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이들의 표정은 건조하거나 차갑기보다는 엉뚱하고 유머 있게 다가온다. 이 같은 데드팬(deadpan)을 구현하는 데에는 감정을 가늠하기 어려운 배우 박현영만의 독특한 마스크가 큰 몫을 차지한다. <안개는 걷히고>의 특별한 시도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사형대의 유머'(gallows humor)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컷의 사이즈와 구도, 편집의 리듬감, 배우의 무채색 연기, 인물의 행동과 움직임 등에서 자연스럽게 북유럽의 로이 앤더슨이나 아키 키우리스마키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의 타이틀이 아키 키우리스마키의 <어둠은 걷히고>를 인용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기도 하다.
아들을 떠나보내며 "어디든 도착할 곳만 있으면 돼"라고 한 아버지의 말처럼, 어디로도 갈 곳 없던 그들은 트렁크를 덜덜 끌며 어디든 도착할 것이다. 그들이 향하는 행선지와 더불어 감독의 다음 작품도 궁금하게 된다.

김경묵 / 서울독립영화제2016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