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깨고 나온 새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특별단편

박지원 | 2017 | Fiction | Color | DCP | 33min 22sec (E)

SYNOPSIS

‘낙원전설’이 전해져오는 서초도. 그곳은 북한해역의 외딴섬으로 북한 해병들에 의해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금단의 섬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서초도에 한 명의 잠입자가 발견된다. 잠입자는 ‘낙원전설’에 언급되는 ‘바깥세상’을 찾아 숨어들어왔다고 자백한다. 정작 섬을 지켜야 할 북한 해병 조장이 잠입자에게 관심을 보이고, 조장과 잠입자는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그러나 정치지도원을 비롯한 해병들은 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DIRECTING INTENTION

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안에서 자유를 부정한다면 그것은 자유주의에 어긋난 생각일까 아니면 자유로운 사고의 가능을 주장하는 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의 일부분일까? 사고와 사상의 경계, 답을 찾지 못할 때에는 멀리 떠나, 먼 옛날 지혜로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기대할만한 판타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조용한 곳으로 가 함께 사색에 잠겨보고자 한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잠입자(Сталкер)'에 깊은 감명을 받아 그와 같이 깊은 사색과 철학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비록 부족하지만 그에게 겸손한 마음으로 경의를 표한다.

FESTIVAL & AWARDS

2018 제7회 Kolkata Shorts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est Cinematography (Student)
2018 제2회 Great Message Film Festival

DIRECTOR
박지원

박지원

2016 <어둑시니>

 

STAFF

연출 박지원
제작 정호영
각본 박지원
촬영 김선우
편집 박지원
조명 윤형식
음악 김동민
미술 백계원
출연 김용환
음향 구원

PROGRAM NOTE

북한에서도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서초도에 어떤 영문인지 남한에서 온 잠입자가 나타난다. 정치지도원이 부하 군인들과 시찰하던 중 잠입자를 발견하고 체포한다. 처형을 생각하고 있던 정치지도원과 달리 해병 조장은 잠입자와 낙원 운운하며 이해하지 못할 말을 쏟아낸다. 동굴 안에 살던 사람들이 벽에 비친 그림자를 실재라고 생각해 더 넓은 바깥세상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하도록 세뇌받은 정치지도원은 잠입자와 조장 동지의 낙원 얘기가 맘에 들지 않는다. <알을 깨고 나온 새>의 이야기는 플라톤의 그 유명한 <국가> 7권의 동굴 속 사람들 이야기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이를 각자의 이념에 갇혀 지금까지 둘로 갈라져 살아온 남북한 사람들이 이에서 벗어나려는 사연으로 개비 했다. 북에서 북한 외의 낙원을 입에 언급하는 것이나 남한 사람이 북한의 금지된 땅에 들어오는 것이나 위험한 건 매한가지. 이에 대해 조장은 잠입자에게 “모든 것은 그림자일 뿐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지금 현실의 남과 북이 화해의 손을 잡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려 는 데 있어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은 무지와 편견과 이를 악용한 정쟁의 족쇄를 풀고 동굴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이 영화의 메시지와 묘하게 조응한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