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하수화 | 2020 | Animation | B/W | DCP | 7min 35sec (N)

SYNOPSIS

나는 매일 나로 돌아간다.
내가 얼룩이라고 부르는, 흉터가 켜켜이 쌓인 나로.

DIRECTING INTENTION

얼룩은 과연 얼룩일까.
어쩌면 얼룩 그 자체가 본연의 내가 아닐까.

FESTIVAL & AWARDS

2020 제2회 서울여성독립영화제
2020 제1회 합천수려한영화제
2020 제24회 인디포럼
2020 제16회 인디애니페스트
2020 제18회 히로시마애니메이션영화제
2020 제20회 전북독립영화제

DIRECTOR
하수화

하수화

 

2016 문구멍

STAFF

연출 하수화
각본 하수화
편집 하수화
음악 스콧 버클리
믹싱 하수화, 남지은
출연 하수화

PROGRAM NOTE

<얼룩>의 모든 것들은 그려지는 동시에 뭉개진다. 그 때문에 대상은 배경으로부터 말끔히 분리되는 대신 흐릿한 얼룩을 남기며 배경과 기묘하게 섞인다. ‘나’는 그려졌다가 지워지고 다시 그려지는 과정을 통해 계속 새로운 내가 되어 가는 것 같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악몽 속에 발이 묶여 빠져나오지 못한 채 자꾸만 도망치고 숨어들고 떠돌기만을 반복한다. 이 미궁 같은 악몽, 벗어날 수 없는 뒤엉킴은 새하얀 얼굴 한쪽에 자리 잡은 얼룩으로부터 시작된다. 화장을 지워 낸 자리에 돋아난 얼룩은 아무리 닦아 보려 해도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계속 나의 신경을 건드린다. 얼룩, 흉터, 상처, 구멍, 그러니까 오점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 얼굴과 몸, 그리고 스크린 위에 깊은 자국을 남긴다. 그런데 그저 그것들의 존재만이 악몽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니다. ‘나’를 궁지로 몰아넣는 건 얼룩 자체라기보다는 나를 둘러싼 타인들의 시선과 소음이다. 그건 공포와 불안마저 불러일으키며 나를 위협한다. 고개 숙인 나는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에 대한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끝없이 달아나려 애쓴다. 과연 이 악몽에는 끝이 있을까. 하수화 감독이 독특한 감각으로 만들어 낸 단편 애니메이션 <얼룩>은 마지막에 이르러 출구를 찾기보다는 출구가 없는 미로를 차분히 응시한다. 겹겹의 거울 속에 담긴 일그러지지 않은 맨 얼굴은 나를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고, 그런 나를 또 바라본다. 스스로에 대한 시선과 욕망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손시내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