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나의 정원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단편 쇼케이스

김지곤 | 2021 | Documentary | Color | DCP | 21min 18sec (K) World Premiere

SYNOPSIS

창가로 보이던 영주아파트를 찾아가 그곳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바라만 보고, 상상만 하던 공간 속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다.

DIRECTING INTENTION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영주아파트를 소재로 영상 제작을 의뢰받고, 우리 동네에 있는 영주아파트를 처음 방문하고 그곳의 식물들에게 눈길이 갔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지곤

김지곤

2015 할매-서랍
2018 리틀보이 12725
2021 철선

STAFF

연출 김지곤
제작 오민욱
촬영 김지곤, 오민욱, 장예림, 손호목
편집 김지곤, 이다진
출연 영주아파트 주민분들

PROGRAM NOTE

고양이발톱, 접시꽃, 분꽃, 매실, 모과, 가지, 오이, 깻잎, 고추. <여기, 나의 정원>엔 야생화부터 계절 작물까지 식물이 한가득이다. 그중엔 아직 모종인 것도 있고, 보기 좋게 여문 것도 있지만, 모두 예쁜 빛을 낸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동일하다. 이렇듯 눈 닿는 곳마다 싱그러운 식물이 가득한 이곳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영주아파트다. 영화의 오프닝, 도시의 전경을 천천히 비추는 카메라에 낡은 외관의 아파트 단지 하나가 묵직하게 걸린다. 다른 아파트 사이에 있을 땐 똑같이 회색빛으로 보였는데,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니 무지갯빛이다. 식물의 색깔들만큼 빛나는 건 부지런히 화단과 텃밭을 가꾸는 아파트 주민들의 손길이다. 이것저것 궁금해하는 감독에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목소리도 정답다. 게다가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역사는 더 엄청나다. 여기서 산 세월만 합쳐도 40년이라는 노부부가 가꾸는 화단, 스무 살이 훌쩍 넘은 텃밭, 그 옛날 온통 쓰레기 천지였던 땅을 전부 매만져 밭으로 바꿨다는 이야기까지. 여기에, 자기는 저 건너편에 살고 있다며 능청스럽게 말을 거는 감독의 목소리까지 더해지면서 명랑하고 따뜻한 순간들이 생겨난다. 소중한 추억부터 이웃 사이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함께 나누는 삶까지, 영화에 담긴 이야기들은 식물들만큼 곱고 귀하다. 그런데 그 안에는 분명 쓸쓸함도 있다.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오래된 아파트는 이제 끝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중에도 계속 꽃이 피어난다.

손시내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