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처럼 숨을 멈춰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해외초청

이가라시 고헤이 | 2014 | Fiction | Color | DCP | 84min 59sec (KN, E)

SYNOPSIS

2017년 12월 30일. 도쿄올림픽을 2년여 앞두고 일본에서는 헌법 개정으로 국방군이 창설되어 군사작전을 시작한다. 한 쓰레기 처리 공장에서 개가 사라진다. 이전 공장장의 딸인 타니가 개를 찾으러 돌아다니지만 보이지 않는다. 공장 안에서는 야나가 크리스마스 장식을 내리고 새해맞이 장식으로 바꾼다. 서바이벌 게임에 중독된 고우는 쉬는 날인데도 밤에 공장으로 찾아와 켄과 비디오게임을 시작한다. 아다치는 그저 시간을 죽이기 위해 그 모습을 지켜본다. 한편 아다치와의 불륜으로 고민하는 타니는 죽은 줄로 알았던 아버지가 주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DIRECTING INTENTION

“사실 밤 근무 때는 할 일이 없어. 밤새 게임하며 놀아.” 한 친구가 아기를 품에 안고 웃으며 말했다. 그 친구 이야기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됐다. 내 친구들 중에서 몇몇은 결혼하고, 집을 사고, 바람을 피우거나, 자살할지도 모른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럽고,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을 살고 죽는다. 우리 아이들에게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면 슬프다. 현재 우리 상황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멋지지 않고 고통뿐인 이 삶을 살아가지 않고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FESTIVAL & AWARDS

2014 제67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2014 제36회 카이로 국제영화제

DIRECTOR
이가라시 고헤이

이가라시 고헤이

2008 밤비 내리는 목소리
2017 타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

STAFF

연출 이가라시 고헤이
제작사 도쿄예술대학
제작 오키 마코토, 카토 케이스케
각본 이가라시 고헤이
촬영 타카하시 와타루
편집 姜銀花
조명 타카하시 와타루
음악 슬리피 레몬
미술 카와마타 아이
출연 타니구치 란, 이나바 유스케, 미네 고이치, 아다치 토모미츠, 하라다 코지

PROGRAM NOTE

밤의 유령들, 지독한 배회자들, 갈 곳 없는 영혼들이 이가라시 고헤이의 <연인처럼 숨을 멈춰>에 서성댄다. 2017년 12월 30일 밤, 쓰레기 처리 공장의 몇몇 노동자들이 퇴근도 하지 않고 있다. 야간 근무와 잔업이 있다지만, 실은 마땅히 기다리는 이도, 반겨 줄 사람도 없는 집으로 가는 시간을 어떻게든 늦추고 싶다. 공장 어딘가를 돌아다닌다는 개를 찾아 나선 타니는 사랑하는 동료 아다치와 마주친다. 고와 켄은 서바이벌 게임으로, 야나는 새해맞이 장식을 하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낸다. 곧이어 한때는 이들의 동료였고 가족이었던 죽은 자들이 공장에 출몰한다. 놀라운 건 망자를 보는 산 자들의 반응이다. ‘나도 저들처럼 죽는 걸까’라며 두려워할 때, 그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죽었는가’가 문제였음을 암시한다. 이가라시 고헤이는 이 두려움의 원류를 설명하기보다는 곳곳에서 감지되는 불안과 불온한 기운으로 전한다. 2017년 일본 헌법 개정과 국방군 창설 움직임, 형태를 달리하는 서바이벌 게임들, 올림픽 개발 광풍과 경제적 격차, 관계를 책임지고 이어 갈 수 없을 거라는 데서 오는 자기 불신의 정서가 그들의 영혼을 잠식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어떻게든 가까스로 짧지만 강렬한 위로와 교감의 순간을 모색한다. <타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을 공동 연출한 이가라시 고헤이의 도쿄예술대학교 졸업 작품이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1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