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나이트

서울독립영화제2002 (제28회)

존 카사베츠 회고전

존 카사베츠 | 1977 | 드라마 | 35mm | C | 143min

SYNOPSIS

영화는 완벽한 장면이 구성될 때까지 촬영은 몇 번이고 갱신하고 반복할 수 있다. 감독은 그 모든 과정을 관할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노심초사한다. 배우는 이 감독의 고뇌 전체에 관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연극에서 스태프들을 다그치고 조율하는 연출자의 역할은 무대의 막이 오르는 그 순간 끝난다. 이제 모든 성패는 배우에게 달려있다. 그런 만큼 배우에게는 연출자의 의도와 정신을 넘어, 스스로 무대를 활개치고 청중들을 웃기고 울릴 수 있는 자유와 지배력이 주어진다. 카사베츠는 배우와 감독의 위상이 사뭇 다른 두 예술 장르가 한데 어울려 경합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발명했다. ‘영향권 아래 있는 영화(film under the influence of play)’. 대본에 축조된 시공간과 상연(上演) 순간의 현재는 동떨어진 영역이 아니다. 배우 자신의 인격은 그가 소화해야 하는 캐릭터의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거리를 둘 수 없다. 카사베츠의 영화는 무대와 인생의 그 세심한 마찰력을 담아내고자 한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서 허용되고 변주 되는 즉흥적 언행은, 카메라가 담아내는 실시간의 현실이자 인격체로서의 배우가 체감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허구적 캐릭터는 바로 그 순간에 발현하는 몸가짐과 정서의 양손으로 조종된다.
<오프닝 나이트>는 캐릭터의 내면과 배우의 내면이 서로 접히고 감싸 드는 과정을 탐구했던 카사베츠의 영화세계를 결산하는 작품이다. 몸과 얼굴, 목소리의 퍼포먼스에서 정감을 견인하는 형식적 스타일은, 인기절정의 중년 연극배우 머틀 (지나 롤랜즈)이 공황상태 속으로 함몰되는 추이를 따라다닌다. 연기하는 순간을 곧 생의 전부로 여기는 그녀에겐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점점 망가져 가는 연극 속 인물처럼 스스로 알코올에 흠뻑 적셔져 간다. 리허설 중에 상대 배우에게 맞아 쓰러지는 그녀는 연출가의 통제로부터 풀려나 망연하게 흐느낀다. 그 순간 연극을 멀찍이 관람하듯 짜인 프레임은 갑작스레 그녀의 몸 가까이로 돌진한다. 이렇게 연극의 판타지와 현실의 절망이 근접하는 시청각적 무대에 또 다른 판타지가 등장한다. 자신을 선망하는 나머지 빗속에서 그녀를 기다리다가 단말마의 교통사고로 횡사한 18살의 소녀, 그녀는 자신이 거부하고자 했던 노년에의 두려움을 되살아 나게 한다. 그녀는 이 겹겹으로 포진한 고통에 취한 채 가장 위태롭고도 긴장감 넘치는 공연의 시간으로 비틀비틀 걸어나간다. 그 순간 가장 아름다운 연극의 막이 오른다. “내가 누군지, 내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그 연극을 주시오 (존 카사베츠)”. (김지훈, 영화평론가)

DIRECTOR

존 카사베츠

 

STA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