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단편)

김지곤 | 2009|Documentary|Color|DV|24min 32sec

SYNOPSIS

우리가 살던, 찾아가던 골목과 동시상영관은 어느덧 우리 삶의 뒷면에 존재한다.
아파트에 밀려난 골목길.
멀티플렉스 극장에 밀려난 동시상영관.
아무도 없는 객석 위에 울려 퍼지는
어느 여배우의 신음소리는 하나의 절규로 넘어 애절함으로 다가온다.

이제 헤어짐의 순간만이 존재하는 듯한 ‘존재감’ 없는 ‘동시상영관’과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그 '존재'를 버텨내가는 '골목길' 이 서로 닮아 있는 모습들을 화면 속에 담았다.

DIRECTING INTENTION

현실 속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극장.
우리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극장 속으로 들어가지만 이 극장은 우리의 현실보다 더 척박해져 있다.
현실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척 하는 '영화'를 품고 있는 '극장'과 우리의 '삶'을 품고 있는 '골목길'의 공통점을 표현하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프리미어

DIRECTOR
김지곤

김지곤

2008 < 낯선 꿈들 >

2009 < 길 위에서 묻다 >

STAFF

연출 김지곤
제작 김지곤
조연출 오민욱, 박준호
촬영 김지곤, 박준호, 오민욱, 김남수
편집 박준호, 오민욱
사운드믹싱 고태영
스틸 김재민
기획 양민수

PROGRAM NOTE

부산 전시장 주차 빌딩이라는 저 멀리 화면 후경에 보이는 건물 간판을 보며 여기가 부산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고 나서 무언가 검은 공간 안에 줄지어 있는, 약간은 빛에 반사되어 광채를 띠는 사물들이 있다. 포커스가 맞춰진다. 극장이다. 삼성극장 성인영화관. 이 낡고 초라한 극장을 중심으로,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늙은 영사기사를 중심으로, 그리고 극장 바깥의 소리들과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과 음푹 패인 건물의 한쪽에 앉아 있는 비둘기와 오후 3시쯤 시작됐을 삼성극장 성인영화관 인근의 모든 세세한 풍경들에 관하여 이 영화는 마치 정물화를 그리듯이 아름답게 포착한다. 때때로 “용변 후 물통에 물을 한 바가지 부어 주세요” 라고 시뻘건 페인트로 써놓은 글자를 마주칠 때는 웃음을 터뜨려도 되고 극장의 성인영화 사운드가 은은하게 공명할 때는 그 옛날 동시상영극장의 추억에 잠시 젖어도 된다. 사람들, 소리들, 색감, 구도, 그 모든 것이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아름답다. 어쩌면 이 영화는 지아장커나 차이밍량의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고백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낡은 것, 사라지는 것, 추억이 묻은 것에 대한 명상일 수도 있다. <오후 3시>는 냉철한 머리나 뜨거운 가슴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잠깐 무장해제 되어도 괜찮도록 눈과 귀의 안식을 준다. 그렇게 한 번 따라가며 <오후 3시>가 전하는 한 나절의 평온함에 젖어보자. 다만, 이 영화의 미적 뛰어남이 앞으로는 풍경의‘나열’이 아니라 풍경의 ‘변증법’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정한석/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