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해방전선

서울독립영화제2007 (제33회)

국내초청(장편)

윤성호 | 2007 | Fiction | HD | Color | 95min

SYNOPSIS

말 많은 그를 말없이 받아주던 여자친구 은하는 떠나고. 화려한 캐스팅과 버라이어티한 투자 계획은 있으나 시나리오는 진전 없다. 암울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나름 예민한 영재는 설상가상으로 실어증에 걸린다. 구강액션의 정점, 복화술을 구사하던 배우 혁권은 물심 양면으로 감독 영재를 도와보지만 영화사 대표는 몽골 천재 쌍둥이 감독들에게 영재의 프로젝트를 맡기고 싶은 눈치다. 영화도, 연애도 점점 꼬여만 가는 영재.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DIRECTING INTENTION

영화 속 영재의 포지션은 입봉을 준비하는 영화감독.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그는, 그리고 그의 주변인들은 다음 취업을 위해 재수 삼수하는 준비생인 셈이다. 이들은 한국의 많은 남성들이 그렇듯 세상 앞에서, 연인 앞에서 일종의 응석쟁이기도 하다. 예술과 연애의 공통점은 둘 다 일종의 응석이라지만, 우리 응석쟁이들은 이제 혼도 좀 나봐야 한다. 성장에는 상실이 따르니까… 그 상실은 상대가 아닌 자신의 몫이니까. 다만, 그런 시행착오들을 너무 심각하지 않게 에둘러서 함께 흥얼거릴 어떤 시간과 마음을 내밀어보고 싶었다. 자, 이제 그만. 텔레토비 말마따나 이제 그만. 용서하세요, 제 첫 장편영화는 이렇듯 산만하게 시작됐습니다.

DIRECTOR
윤성호

윤성호

2001 <삼천포 가는 길>

2001 <중산층 가정의 대재앙>

2003 <산만한 제국>

2004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

2004 <우익청년 윤성호>

2005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어요>

STAFF

감독 윤성호
각본 윤성호
제작 은하해방전선 제작위원회
공동제작 청년필름
배급 인디스토리
출연 임지규, 박혁권, 서영주, 김보경, 이은성

PROGRAM NOTE

윤성호 감독의 영화는 자신의 영화에 각인이라도 새겨 넣듯이 일관된 구석을 가지고 있다. 항상 영화촬영현장이 나오며, 연애와 사회현안이 공존한다. 그리고 매우 수다스럽게 하고 싶은 말들을 무한정 늘어놓고, 그 말들을 뒤섞어 놓는다. 그래서 말들 자체의 의미와 사이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미들이 상승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한다. 머릿속에 항상 아이러니와 모순이 존재하듯이 말이다. 이런 그의 영화만들기는 더 이상 새로운 영화문법이 없을 것 같은 시대에, 농담 같은 활력을 불어넣으며 그만의 스타일로 자리잡았다. 감독에게 창작의 고통이 왜 없을까마는, 그의 영화는 항상 그 고통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은하해방전선> 역시 윤성호 감독의 장점들이 살아넘친다. 물론 단편영화에 있었던 사회에 대한 조롱과 풍자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영화와 연애에 대한 고백과 수다, 푸념은 여전하다. 규모있는 영화를 만들려는 감독 영재는 그러나 영화도 연애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급기야 실어증과 복화술 설상가상 입에서 하모니카 소리까지 난다. 감독은 언어를 잃어버렸지만, 소통을 멈추지는 않는다. 이것은 장난 같지만 투자를 위해 캐스팅에 매달려야 하고, 캐스팅을 위해 투자를 받아야 하는 주류 상업영화의 상황을 단적으로 은유하는 것이다. 시나리오보다 배우가 먼저이고, 작품보다 상품가치가 먼저인 만성적 소화불량의 상황.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 말하기를 멈추고, 자신만의 언어로 지껄이며 소통하고자 한다. 하지만 윤성호 감독은 어쨌든 자신의 언어로 첫 번째 장편을 완성해냈다. 영화만들기와 연애에 관한 산만하지만 신선하고 상큼한 자기고백이다.

조영각 / 서울독립영화제2007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