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장편 쇼케이스

유동종 | 2020 | Documentary | Color | DCP | 99min 40sec (E)

SYNOPSIS

영화 속에서 세월호 사건은 ‘어떤 죽음’으로 익명화되고 보편화된다. 혼들이 사는 섬, 진도에는 죽음을 보듬고 혼을 씻겨 주는 가무공동체 정신이 삶 속에 녹아 있다. 영화는 우리가 이제까지 다가가지 못했던 세월호를 진도의 정신세계 속에서 재발견한다.

DIRECTING INTENTION

국가마저 사라졌던 그 캄캄하던 세월, 만약 진도가 아니었다면 그 넋들은 어디에서 머물렀을 것인가.
이 기획은 이 단 하나의 문장에서 시작한다. 진도씻김굿, 진도만가, 진도다시래기 등 유독 죽음을 다루는 의례가 기이할 정도로 많고 유별난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의 영령은 5년간 머물렀다. 수백의 귀신들을 껴안고 살아 낸 진도의 바다, 그리고 그 바다의 당골들, 그들이 치러 내는 진도 씻김굿의 현장들을 찾아내고 기록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관객은 프로그램이 다 끝난 다음에야 이것이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세월호가 아니라 죽음을 대하는 진도의 태도, 그 진도 바다의 존엄이기 때문이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DIRECTOR
유동종

유동종

 

STAFF

연출 유동종
제작 송영준
글·구성 오정요
촬영 유재용
편집 황금희
동시녹음 이경일
음악 장재영
음향감독 나영호
출연 한복남, 조인호

PROGRAM NOTE

영화가 시작되면 바다와 하늘이 하나의 빛으로 모이는 풍광을 볼 수 있는 진도의 언덕으로 우리는 올라서게 된다. 이승과 저승이 그리 멀지 않음을, 서로 간의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풍광이다. 1597년 정유재란의 해전 명량대첩에서 죽은 양쪽 군인들을 위한 수륙천도제, 120년 전 청산도 해역에서 수몰된 미황사 스님들을 위한 추도제가 아직도 열리고 있는 곳이 진도이다. 물에 빠져 죽은 수사자들은 무주고원을 떠돈다. 씻김굿의 주재자들은 죽음의 비정상성을 정상성으로 돌리고 그들의 한을 풀어 산 자와 죽은 자 간에 이별의 시간을 갖게 하며 죽은 자에게 극락으로 가는 길을 일러 주면서 그 길을 닦아 준다. 세월호 당시와 이후, 진도는 그 슬픔을 온몸으로 받아 냈다. 이백 개가 넘는 섬 전체가 상주가 되었다. 자식의 죽음으로 이곳에 들어온 아버지들에게 진도는 죽음의 장소였지만 이제는 삶의 장소가 되었다. 바다를 마주하고 새파란 새싹이 트는 것을 바라보고 농작물이 열매를 맺어 가는 것을 보면서 진도가 씻어 내고 풀어내는 원을 그들도 서서히 비워 내게 된다. 굿은 희로애락과 시절을 반영하는 노래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망자의 감정이 굿에 모인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울음과 웃음과 회한과 희망이 연달아 공유된다. 영화는 상주를 자처한 무당들과 진도라는 땅과 그 앞바다를 따라간다. 조인호 씨의 공장을 담은 픽스 컷들은 각별하게 지난 세기 후반의 한국과 지금이 멀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진도>에서 굿은 죽음을 극복하는 예술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굿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일상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것, 그것이 우리 땅과 역사성의 일부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정유재란과 청산도 수몰을 잊지 않고 여전히 매해 추도제를 열듯이, 2014년의 4월 역시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0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