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왕 순아의 놀라운 하루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특별단편

백승화 | 2018| Fiction | Color | MOV | 8min 56sec

SYNOPSIS

취준생이자 백수인 순아는 하루 종일 집에서 청소만 하고 있다.
어느 날 순아는 생각한다. 그냥 계속 이대로 살 수는 없는 걸까?

DIRECTING INTENTION

공백도 쓸모가 있다. 오히려 재밌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백승화

백승화

2009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012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 WILD DAYS>

2012 <지각생들>

2016 <걷기왕>

2018 <오목소녀>

 

 

STAFF

연출 백승화
각본 백승화
촬영 이지민
편집 백승화
조명 이지민, 문지영
음악 백승화
사운드 고은하
미술 백승화
출연 남순아

PROGRAM NOTE

순아는 매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청소를 한다.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눈치가 보여서다. 누구보다 먼저 눈을 떠서 바삐 출근과 등교를 하는 식구들을 배웅하고,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어 백색소음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집안을 깨끗하게 치운다. 먼지를 닦는 것은 순아가 특히 즐기는 일인데 먼지는 닦아도 닦아도 매일 새로 생기기 때문이다. 청소를 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되고 청소를 더 하다 보면 또 저녁시간이 되고, 저녁을 먹고 나면 잘 시간이 된다. 해적왕의 꿈을 안고 몇 년째 모험을 하는 만화 주인공과 달리 청소왕 순아는 이미 청소왕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눈치를 본다. 청소왕은 일종의 명예직인데다 순아는 자타공언 청소의 달인으로 세간에 이름을 알린 것도 아니라서 스스로를 ‘취준생’이라고 소개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배운 직업의 세 가지 요건은 자아실현, 소득발생, 사회공헌이라는데 순아가 청소를 통 해 이루는 것이 이것들 중 하나라도 있는지 확신하기가 어렵다. 언뜻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 같지만 마음속 죄책감과 불안감은 숨길 수 없다. 날마다 쌓이는 먼지가 돈이었으면 하고, 눈도 없는 로봇청소기의 눈초리를 느끼고, 아예 동면하고 싶다가도 그럴 자격이 있나 멈칫한 다. 순아의 하루가 언제나 지금만 같을 수 있을지, 아니 지금만 같으면 좋은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청소왕 순아의 놀라운 하루>라는 제목이 꼭 「운수 좋은 날」과 같은 이유로 붙여진 건 아니다. 극사실주의와 상상력과 유머로 절묘한 마블링을 만드는 백승화 감독과 <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지?>에서 심상찮은 연기력을 선보인 남순아 감독—여기서는 배우—의 시너지를 엿볼 수 있는 작품.

김송요 / 독립영화 인터뷰 매거진NOW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