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김유진 | 2020 | Fiction | Color | DCP | 26min 50sec (E)

SYNOPSIS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진아는 절친인 윤정의 오빠로부터 공짜 과외를 받고 있다. 진아는 자신의 상황과 달리 태연하려 하지만, 밤마다 학원가를 돌며 버려진 문제집을 다시 주워야 공부를 할 수 있다. 어느 날 학원 문제로 엄마와 싸운 윤정이가 진아 집에 놀러 온다. 라면도 없어 세 개뿐인 계란을 같이 삶아 먹으려 하는 그때, 술에 찌든 아빠가 집에 들어온다. 이 상황을 최대한 회피하고자 하는 진아의 바람과 달리 아빠는 진아의 치부를 모조리 드러낸다.

DIRECTING INTENTION

우린 가장 가까운 사람도 온전히 알 수 없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유진

김유진

 

STAFF

연출 김유진
제작 정효림
각본 김지명, 김유진
촬영 유희종
편집 김유진
조명 권오윤
음악 Philip Daniel Zach, ANBR
미술 국민환
출연 김지명, 이유라, 최정범

PROGRAM NOTE

공부를 잘하는 진아는 무능력하고 알코올의존증인 아버지와 둘이 산다. 진아에게는 절친 윤정이 있다. 윤정은 진아와 다르게 부유한 집에 산다. 윤정은 뚝심 있게 공부하는 진아가 부럽다. 진아와 같은 대학에 입학하는 게 윤정의 꿈이다. 진아는 윤정의 오빠 윤석에게 공짜로 과외를 받는데 이건 진아와 윤석만 아는 비밀이다. 이 비밀은 새로운 비밀을 만든다. 윤정은 엄마의 공부하라는 독촉에 진아에게 하룻밤 재워 달라고 부탁하고, 진아는 거절하지 않는다. 진아는 누추한 집이지만 절친 윤정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못 하는 게 아니고). 둘은 진아의 집으로 향하고 어김없이 술에 취해 들어온 진아의 아버지는 진아의 비밀을 발설한다. 비밀은 깨진다. 진아가 그토록 숨기고 싶던 가난의 민낯이다. 진아는 가난이 부끄러웠던 게 아니다. 가난은 원치 않는 것을 하게 만들고 비밀을 갖게 만들고 자꾸 서성이게 만든다. 깨진 비밀은 파편을 만들고 여기저기 진아의 구석구석을 찌른다. 하지만 진아는 서성이는 대신, 모질게 단절한다. 윤정의 집에서 진아의 집까지 다녔던 그 어둡고 긴 터널에서 진아는 절규하지만 걸음을 멈추진 않는다. 그 절규의 표정보다 가장 행복한 웃음을 보이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 보여 준 진아의 표정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진아는 오래 서성이지 않을 것이고,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진아를 연기하고 각본에도 공동으로 참여한 김지명 배우가 보여 주는 얼굴이, 그런 확신을 끝내 품게 만든다.

안보영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