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날들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이난 | 2010|Fiction|Color|35mm|106min

SYNOPSIS

30대 후반의 남자 보험설계사인 한철.
20대 후반의 악세서리 디자이너이고 여자인 효리.
20대 초반의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남자 수혁.
이 세 사람이 만드는 평범한 날들의 불편한 폭력들.

DIRECTING INTENTION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에게 나타내는 폭력성에 관한 영화입니다.
명확하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작은 진동처럼
인물들에게 다가온 불온한 심정들이 폭발합니다.
아프지 않기 위해 아파야 하는 아이러니처럼
그 인물들은 웃으며 울거나 울다가 웃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내 속에 있던 화를 끌어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FESTIVAL & AWARDS

2010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난

이난

1996 <스윙 다이어리>

2002 <7AM, Slowly: opposite page>

2003 <기억의 환>

2003 <Bitch & Asshole>

2004< Anesia11518405 >

STAFF

연출 이난
제작 박진수
각본 이난
촬영 최주영
편집 안광섭
조명 김종선
미술 김주현
음향 서영준
음악 신윤철
CG 권윤경
출연 송새벽, 김예리, 이주승

PROGRAM NOTE

아내와 딸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을 서두르는 남자. 버스에 올라 외국어를 듣는 척하며 낯선 여성의 다리를 훔쳐보기도 하고, 상사의 지겨운 잔소리를 적당히 들어 넘기며 상품을 파는데 열중하는 그의 모습은 이 도시 어디서나 만나는 낯익은 모습이다. 하지만 얼핏 평범해 보이는 그의일상은 어딘가 어긋나 있고, 그를 둘러싼 시간과 기억은 온통 뒤죽박죽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녀는 귀가 잘 들리지 않고 건망증이 조금 심하지만 사는 데 불편은 없다. 어느 날 남자친구는 이별을 통보하고 교통사고까지 당하지만 그 역시 크게 개의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무심한 모습너머로 불현듯 끼어드는 단편적인 기억과 풍경들은 오래돼 잊은 듯 지워버린 상처들을 들춰내며 그녀를 불안하게 감싼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막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소년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낯선 곳으로 떠나려 하지만 그에게는 처리해야 할 사람이 있다.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고 또 얼마나 많은 기억과 시간들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것일까? 별다른 연관성 없이 몇몇 소품과 상황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장편 <평범한 날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기억들을 간직한 세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날들’을통해 ‘일상’이라는 이름 속에 감춰진 기억, 지워진 시간이 남긴 상처의 흔적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모두 소중한 사람을 잃었지만 영화는 그저 암시하듯 보여줄 듯 그 이유나 상황에 대해서는무엇 하나 명확하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독창적인 사진작업과 실험적인 단편들을 선보여온 이난 감독은 구체적인 설명 대신 일상의 풍경 속에 문득 문득 끼어드는 기억의 편린들과 어느 순간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폭력의 기운들을 통해 잊은 듯 살아왔지만 마음 속 깊은 속에 감춰온생채기의 깊이를 정서적으로 보여준다. 하루하루 평범한 날들을 살며 잊은 척 외면해왔던 상처들, 한순간 폭발하듯 터져 나와 오열하는 세 사람의 모습은 너무도 간절해 보는 이의 마음까지저리게 한다. 상처받고 아파하고, 쏟아내고 다시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것, 조금은 서글프지만 어쩌면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은 아닐까.

모은영 / 서울독립영화제201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