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게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선택장편

박근영 | 2018 | Fiction | Color | DCP | 89min 33sec (E) | 특별언급

SYNOPSIS

첫 시집을 준비하는 젊은 시인 진아는 요즘 도통 글을 쓸 수 없다. 얼마 전 진아의 오랜 연인 길우가 사고로 한강에 빠져 혼수상태이고, 그들의 오랜 친구들 중 기윤만이 여전히 진아 곁을 조심스럽게 지키고 있다. 일상과 주변의 위로는 진아를 더욱 고립시킨다. 그 가운데, 진아는 지난 시절을 추억하고, 추억은 사고 전날의 기억을 향해 흐른다.

DIRECTING INTENTION

비극은 잊혀지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슬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감정을 기억하는 일. 우리가 흘려보낸 이 시절을, 사랑했던 사람들과 시와 시인들을, 기쁨과 아픔들을 기억하고 싶다.

FESTIVAL & AWARDS

2018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2018 제6회 무주산골영화제
2018 제18회 전북독립영화제

DIRECTOR
박근영

박근영

2015 <사일런트 보이>

 

STAFF

연출 박근영
각본 박근영
제작 박근영
촬영 박근영
조명 박근영
동시녹음 박근영
미술 박근영
편집 박근영
D.I 박근영
믹싱 정아름
출연 강진아, 강길우, 한기윤

PROGRAM NOTE

시인으로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낭독회에도 참여하는 진아는 첫 시집 출간을 앞두고 있지만, 작업 속도가 더디다. 시집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의 삶에 들이닥쳐 커다란 구멍을 낸 사건과 대면해야만 하는데, 그 사건이 안긴 상실감과 슬픔과 죄책감을 회피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던 연인이 한강에 빠진 채 발견되어 의식불명의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 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영화는 사건 당시의 현장이나 남자가 그렇게 된 이유를 추적하고 따지는 일에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함께 일구고 누리던 소소하고 애틋하고 정답게 일상적이던 과거와 그가 없는 현실을 버텨내려고 애쓰는 여자의 현재를 오간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사건의 장면은 비워둔 채, 사건 이전의 시간과 사건 이후의 시간을 섬세하게 응시하며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뼈아프게 체감하게 하는 한편 이렇게 묻는 것 같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물론 사건 이후의 시간에 몰두하며 이 질문 앞에 선영화들은 그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작품 중에서도 <한강에게>가 유난히 빛난다면, 인물의 상실감과 죄의식이 위악, 분노, 자기 파괴적 충동으로 점철된 지옥도 안에 갇히는 대신, 일상의 지극히 평범한 생기 안에서 지속해서 다시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연약하고 안쓰 럽게 흔들리며 시작되지만, 의연하고 단단하게 다시 설 곳을 찾아간다. 영화는 어떤 과장도 없이 과거와 현재의 대비 속에서 잃어버린 것, 남은 것, 돌이킬 수 없는 것, 기억해야만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터득해간다. <한강에게>는 떠난 자에게 공들여 쓴 애도의 편지이자, 텅 빈 마음으로라도 삶을 붙잡아야 하는 이가 자신에게 쓴 의지의 시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