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판타지아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경쟁부문 장편

장건재 | 2014 | Fiction, Documentary | Color+B&W | DCP | 96min

SYNOPSIS

영화감독 김태훈은 일본의 지방 소도시인 고조 시에서 새 영화를 찍으려고 한다. 그는 조감독 박미정과 함께 시나리오 집필을 위해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조 시가 특별할 게 없는 마을이라고 한다. 그러던 중 시청 직원인 유스케와 겐지라는 이름의 중년 남성의 사연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DIRECTING INTENTION

나는 일본의 영화감독 가와세 나오미에게 제안을 받아, 일본 나라 현의 작은 도시에서 새 영화를 찍기로 했다. 낯선 곳에 도착한 나는 고요하고 황량한 풍경과 마주했고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길을 걷다 잠시 쉬러 들어간 작은 카페에서 오랜 세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노부부를 만났다.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를 안내해주었던 시청 직원의 짧은 사랑 이야기,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시골로 돌아온 오십대 노총각… 나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갖가지 사연들을 한데 모아 여행 수첩에 담았다. 이 영화는 그 여행의 기록이기도 하다.

FESTIVAL & AWARDS

제3회 나라국제영화제 개막작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DIRECTOR
장건재

장건재

2009 <회오리바람>

2012 <잠 못 드는 밤>

STAFF

연출 장건재
제작 가와세 나오미, 장건재
각본 장건재
촬영 후지 마사유키
편집 장건재, 이연정
조명 마츠쿠마 신이치
음악 이민휘
출연 김새벽, 이와세 료, 임형국

PROGRAM NOTE

장건재가 연전에 나라국제영화제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출발한 작품이다. 그는 연출은 물론, 가와세 나오미와 공동으로 제작에 참여하며 작품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한여름 이야기>와 <판타지아>의 2부로 나뉜 영화인데, 둘 사이의 느슨한 구조는 이야기 전체에도 적용된다. 1부는 흑백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띠는데, 세 명의 배우 - 임형국, 김새벽, 이와세 료가 각각 감독 김태훈, 조감독 박미정, 시청직원 유스케를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다큐 안으로 들어선다. 태훈과 미정은 청년들이 떠나버린 한적한 고조 시와 시골마을 시노하라를 거닐거나 인터뷰를 빌려 과거와 현재의 삶에 대해 듣는다. 2부는 1부의 담백한 자연스러움이 속 깊은 감수성으로 피어나는 장이다. 셋 중 두 배우가 재등장하는데, 이상하게 김새벽은 다른 이름을 쓰고 있고 이와세 료가 분한 남자는 직업이 다르다. 여기서 1부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유스케는 예전에 만났다는, 미정을 닮았던 한국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다면 2부는 그 이야기를 들은 감독이 만든 영화일 수도 있고, 유스케의 기억의 재현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1부의 여자가 숙소에서 꾸는 꿈처럼 보이기도 한다. 2부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물과 시공간, 그리고 꿈과 현실이 슬며시 뒤섞인다. 극중 세 남녀는 모두 축제의 불꽃놀이를 멀리서 바라보는데, 어떤 인물이 어떤 상황에서 언제 그것을 보고 있다고 명확히 말하기란 힘들다. 이방인으로 일본에 도착한 장건재는 벽을 세우는 대신 자기가 받은 인상들의 경계를 느슨하게 해체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 결과는 제목 그대로 놀랍도록 풍성한 판타지아다.

이용철/서울독립영화제201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