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김진무 | 2010|Fiction|B&W|HD|95min

SYNOPSIS

용석은 10년 만에 고향인 태안을 방문한다. 모두들 용석이 음독자살을 한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서 내려온 줄 알지만 사실 그는 고향방문에는 관심이 없다. 빨리 아버지의 배를 팔아 중국으로 뜨고 싶을 뿐이다. 용석은 태안에 머무는 동안 이복동생인 여덟 살짜리 용수와 원치 않는 동거를 하게 된다. 그는 첫사랑이었던 윤희와 이젠 그녀의 연인이 된 어릴적 친구 순철을 만난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서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용석은 이미 변해버린 동네와, 기름유출사고 이후에 무기력해져버린 고향의 흔적들과 마주하면서 서서히 그들의 관계에 균열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많은 타지 사람들이 태안에서 희망만을 찾으려하는 동안 나는 반대로 하나님께 기도로써 간구했다. 이 영화가 그들의 모습을 온전히 반영하며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는 그들을 재조명하고 절망을 향한 기도를 드리는 영화를 찍게 해달라고. 나는 그것이 마치 무턱대고 그들을 이해하는 것처럼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희망을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정말 희망은 있는 걸까. 살아가는 것이 고통이 되어버린 그 곳에서 생계를 유지해나가는 사람들의 삶을 쉽게 긍정할 수 있을까. 나는 묻고 또 물었다. 때문에 <휴일>은 태안을 향한 나의 ‘중보기도’이다. 기도로써 알게 된 사실은 오로지 하나였다.
‘상처가 끝이 없다면 치유도 끝이 없어야 한다.’

DIRECTOR
김진무

김진무

2000 < We are 18 years old >

2001 < 망중한 몽중인 >

2001 < 푸른 메아리 >

2003 < 마지막 자연 >

2007 < 지상의 물고기들 >

2008 < 하주와 인터뷰어 >

STAFF

연출 김진무
제작 정은택
각본 김진무
촬영 구두환
편집 손연지
조명 구두환
미술 김아카시아
음향 양성진
CG 모팩
출연 최용석, 김아카시아, 유명상, 남성준, 정태원, 임형태

PROGRAM NOTE

용석이란 남자가 아버지의 장례식날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것은 우연일 뿐 용석은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고향에 온 것이 아니다. 용석은 썰렁한 거리를 쏘다니며 변화한 고향 풍경에 낯설어하고, 옛 애인과 친구를 찾아가 만난다. 그의 관심은 친구가 맡고 있는 아버지의 배를팔아 중국으로 떠나는 것이다. 철지난 바닷가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잿빛 흑백화면과 기나긴롱테이크와 풀쇼트로 담아낸 <휴일>은 기름유출사건 이후의 태안반도 모습을 담고 있다. 명시적으로 기름유출 사건의 상황과 주민들의 고통을 보여주진 않지만,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상실감과 상처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서울에서 오랜만에 돌아온 용석의 돌출적인 행동은 동네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다. 심지어 그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잊은 것처럼 행동한다. 태안의 젊은이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고향을 떠나려 하고, 노인들은 죽음을 기다리듯 아무 말이 없다. 감독은 주민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상처를 입히고도 누구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주체가 없는 태안반도의 비극적 상황을 묵시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엔 아무런 희망과 비전도 없다. 감독은 이런 암울한 상황에 놓여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뚝심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태안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희망을 잃고 상처와 상실감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 작은 마을들의 풍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으려는 힘있는엔딩이 인상적이다.

조영각 / 서울독립영화제2010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