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49m

서울독립영화제2007 (제33회)

회고전

고영민 | 2001 | Fiction | 35mm | Color | 12min

SYNOPSIS

대원1은 얼어 죽어 가는 동료 대원의 품에서 태극기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내들고, 8849m 정상을 향한다. 불굴의 의지로 정상에 오른 대원1, 이제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 찍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눈과 바람으로 둘러싸인 8849m 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는 일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과연 대원1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DIRECTING INTENTION

이 이야기는 8848m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보다 1m 높은 8849m의 산에 올랐지만 사진을 찍다 죽은 한 등반 대원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실화가 아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심과 허영에 관한 이야기이고, 여기어세 탈출하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는 내 자신의 성찰에서 시작되었다.

FESTIVAL & AWARDS

2002 대한민국 영상대전 장려상
2002 제8회 팜스프링스 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문
2002 제51회 멜버른 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제6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경쟁부문
2002 부산 아시아 단편 영화제
2001 제27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2001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DIRECTOR
고영민

고영민

1996 <그늘 이야기>

1998 <책상줄을 맞춰라!>

 

 

 

 

STAFF

연출 고영민
제작 고영민
각본 고영민
촬영 송재용
편집 한승룡
미술 최태영
분장 김윤한
출연 김형일

PROGRAM NOTE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역사적 사건은 한 장의 사진으로 증명된다.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성조기를 꽂고 두 팔을 벌린 채 우뚝 선다. 이 사진 한 장으로 미국은 소련과의 우주전쟁에서 승리한다. 인류의 성취욕은 불가능한 도전을 꿈꾸게 만들었으며, 그 성취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증명이 요구되어왔다. 인간은 도전을 꿈꾸며 증명을 통해서 인정받기를 원한다.
눈 덮인 고산을 오르는 두 남자가 있다. 뒤처져서 산을 오르던 한 남자는 지쳐서 쓰러지고, 앞서가던 남자는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다가간다. 죽어가는 동료를 위해 그가 한 일은 무엇일까? 그는 동료의 가방에서 태극기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챙겨 뒤돌아보지 않고 정상을 향해 오른다. 간결한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8849m>는 한 남자의 기구한 운명을 보여준다. 정상에 도착한 남자는 태극기를 꺼내들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정상 등반 기념사진을 찍으려 한다. 하지만 셀프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는 그의 얼굴만 찍히고, 타이머를 누르고 다시 사진을 찍으려니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카메라가 바람에 움직이고, 손에 들고 있던 태극기가 날아가 버리거나 영하의 날씨에 카메라가 고장 난다. <8849m>의 결말은 허무하다. 순수했던 애초의 등산 목적은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플래시 빛처럼 증발되고, 인류의 도전 정신은 설원에 묻혀버린다. 결국 이 영화는 에둘러서 허무를 말하고 있지만 허무에 이르는 과정 중에 숨겨 놓은 웃음의 장치들로 인해 빛이 나는 영화다.

이도훈 / 서울독립영화제2007 관객심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