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ft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제25회)

현실과 판타지

이현진 | 16mm | 칼라 | 10분 | 1999년

DIRECTING INTENTION

"과거를 완전히 재현시킬 수 있는 기억은 우리의 육체 속에 간직되어 있다. 이것이 어떤 사물에 의해서 촉발될 때 환희를 느끼게 된다. 예술가의 임무는 그 환희를 이지와 등가의 것으로 만들어 정착시키는데 있다."
-민희식의 프러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관하여 중에서

영화는 여행과 같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이미지와 사운드의 병치로 기억을 담은 공간의 재구성을 시도하였습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기억을 들춰보는 것입니다. 낯선 공간 낯선 도시를 헤메어 본 기억, 목 메이는 슬픔이나 고통으로 흐느껴 본 기억, 죽음에 대한 혹은 사자(死者)에 대한 절규 등의 기억. 이 영화를 인생의 순환에 대한 시(詩)를 담은 작품으로, 혹은 실연 사별 등의 개인적 아픔을 표현한 작품으로 해석하는 관객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모든 관객 나름의 해석이 바로 이 영화가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관객의 잊혀진 기억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작품, 관객이 스스로의 상상력으로 의도적으로 비워진 부분을 채워 나가는 작품이 제가 실험영화라는 형식을 취하면서 만들고자 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촬영, 편집, 사운드 녹음과 믹싱, 프린트까지 전 과정을 일인이 제작한 작품입니다. 네거티브 현상을 핸드 프로세싱을 통해 그리고 후반에 옵티컬 프린팅으로 다층의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러한 다층의 이미지는 판화나 유화에서 볼 수 있는 순수 미적인 효과와 더불어 겹겹이 쌓여있는 수많은 기억 속에 숨어 있는 기억의 단상을 표현하려 한 것입니다. 또한 시각 이미지의 추상성이 사운드의 구상성과 맞물려 상황을 상상해 내는 것을 촉진시키기 위함입니다.

DIRECTOR

이현진







프로그램 노트
이 영화는 이미지와 사운드의 병치를 통해 기억을 담아내는 공간을 재구성 하였다. 공간의 재구성을 통해 연출자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통해 자신의 기억을 들춰보게끔 하고자 한 것 같다.
카메라는 낯선 공간 낯선 도시를 주시하며 낯섬을 의도적으로 끌어내고 있으며 '공감'을 유도하고 있다. 목 메이는 슬픔이나 고통으로 흐느껴 본 기억, 죽음에 대한 혹은 사자(死者)에 대한 절규 등의 기억. 이러한 기억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면서 관객의 잊혀진 기억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공감을 획득하는 데는 내러티브보다 이미지가 좀더 효과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언어보다 어떤 이미지나 기호나 더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기억'이 틀을 주조하였으며 사운드와 회화적인 화면을 통해 이러한 이미지들을 부각시키고 있다.
촬영, 편집, 사운드 믹싱뿐만 아닌 현상, 프린트 과정 등 거의 모든 과정을 연출자가 손수함으로써 비록 거칠지만 작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잊혀진 혹은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자극하고 있는데 그 자극하는 방법으로 '실험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실험'이라는 다소 낯선 형식으로 관객들을 찾아감으로 인해 그 이미지들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각각의 관객들에게 자신의 기억이 담겨진 공간들로의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는 연출자의 의도처럼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신만의 기억의 공간에 갇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STA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