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1 본선 장편경쟁 심사평

2021년 서울독립영화제는 ‘Back to Back’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웠습니다. 극장에 가는 일이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일상이 통제된 낯선 시기를 관통하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만드는 우리들은, 여전히 하고 싶고 보여 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우리들은, 지치지 말고 서로가 서로의 등을 맞대고 연대하며 과거와 영화를 이어 가자는 의미일 것입니다. 하여, 저희 심사위원들 또한 이를 응원하며 지지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총 12편의 장편영화를 심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연대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경쟁이라는 형식을 취해야 하는 부문이기에, 때로 주관적이고 한편 객관적인 각자의 심사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지만 단 한 편의 작품도 예외 없이 각자의 ‘날’이 서 있는 ‘좋은 영화’였다고 이 자리를 빌려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올해의 대상은 지혜원 감독의 <집에서, 집으로>입니다. 43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김명희 씨와 그녀가 입양되기 전 그녀를 보살폈던 서재송, 인현애 부부의 이야기를 프레임에 담아낸 이 다큐멘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극보다 더 극적인 인물(캐릭터)들을 긴 시간 동안 쫓은 끝에 결코 담기 쉽지 않은 ‘영화적 순간’을 포착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장면을 마주하게 됐을 때, 관객들은 도저히 당해 낼 도리가 없는 크나큰 감정적 울림을 만나게 됩니다.

최우수작품상은 박송열 감독의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입니다. 실직 상태인 부부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무척이나 비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인물과 시기를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그린 뒤 관조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으로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 냅니다. 언뜻 특이한 형식의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 신 촘촘하게 설계된 숏 구성을 들여다보면, 드러나게 과시적이지 않을 뿐, 극영화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감독만의 인장이 선명한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시간 남짓 짧은 시간 동안 영화를 관람하는 것만으로 긴 시간 각각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쏟았을 감독, 스태프, 배우들의 노고를 감히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서두에 언급하였듯 12편의 작품 모두 각기의 매력과 장점으로 저희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긴 시간 열정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나눈 즐거운 시간을 가졌음을 밝힙니다. 모든 작품에 상을 드릴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을 전하며, 다시금 본선에서 상영한 영화를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1 본선 장편경쟁 심사위원 일동
조민수(배우)
한준희(영화감독)
홍지영(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