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DAILY vol.1
  26 November 2021
서울독립영화제2021 개막

47회 서울독립영화제2021가 시작됐다개막식은 어김없이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11월 26일 오후 7시 CGV압구정 1관에서 열렸다세상은 여전히 산만하고마스크는 서로의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올해 다시 무탈히 만나 함께 영화를 보고안부를 나누기 위해 참가자들은 압구정으로 모여들었다.

올해 각각 21년과 18년째 개막식 사회를 맡아주고 있는 권해효류시현의 호흡으로 개막식이 진행됐다개막식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고, 강현주, 김홍남 수어 통역사와 함께하며 보다 많은 사람에게 올해 마지막 독립영화 축제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렸다.
 
서울독립영화제2021의 슬로건은 ‘Back to Back’으로 연이어등을 맞대고나아간다는 뜻과 연타석 홈런처럼 서로의 가능성과 에너지가 긍정적 상호작용을 만들어 내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여러모로 어려운 시절이 이어지고 있지만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단단한 마음은 지치지 않아 올해 출품된 작품의 숫자는 1,550편으로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선정된 작품의 55%는 여성 감독의 작품으로 최근 이어지고 있는 여성 창작자의 강세를 다시 증명했다더불어 31편의 장편 중 21편이 신진 창작자의 장편 데뷔작으로 독립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살펴볼 수 있을 예정이다.


글: SIFF2021 데일리팀 김민범 
사진: 전희진, 정민영

[INTERVIEW] ‘어떤 사랑과 말과 얼굴’ – <내일의 연인들> 김양희 감독

사람을 통한 구원은 믿지 않아.’ 짐짓 서늘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다하지만 영화에서 체념적인 어조가 읽히지는 않는다연인들이라고 해도 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근데 그게 꼭 서늘한 일이기만 한가.
 영화도 한 시기에 같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집약적으로 하는 일이다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엄청나게 활동한다운동성 있게의도적으로 만나는 거고 임시적이다그리고 결국에는 끝난다그런 걸 생각하면 서늘하지 않나 싶다하지만 헤어질 거라는 건 중요하지 않다그 관계가 뭘 남겼는지가 중요하지.
관계 맺는 것과 그 관계가 남긴 것들에 관심이 많다그런 것에서 감동받고 힘들어한다관계와 관계의 영향그게 주 관심사다관계의 속성 자체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헤어질 수밖에 없다헤어지고뭐 또 만날 거고. (웃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두 사람이 만나고에너지가 만나고누군가가 찾아오던 그 순간과 시기가 있다그 시기를 뚫고 나오면 그 시기가 나를 구원할 수 있다는 거다그 시기에 내가 그에게 한 것그가 나한테 한 것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상황들그 모든 것이 모여서 구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우리가 지나는 밤들이 영원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을지 모른다그럴 때는 어떤 사랑과 말과 얼굴을 꺼내보면 된다감독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이야기 많이 나누고 즐겨주길’ 그 문장을 여기저기 다 대어본다아득한 밤에도수수께끼 같은 나날에도유예된 순간에도이야기 많이 나누고 즐겁게 지낼 수 있길.


글:  SIFF2021 데일리팀 양나래
사진: SIFF2021 사무국
[INTERVIEW] ‘패배들이 만들어낸 지금 시간’ – <멜팅 아이스크림> 홍진훤 감독

수해 필름의 정체를 마지막까지 미룬 이유가 궁금하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미래에 대한 희망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싸움들이 계속해서 녹아내리는 상황들을 지켜봐 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지옥이지만어떤 면에서는 계속 나아지고 있다나아지게 하는 궁극적인 힘이 뭐냐고 했을 때정말 완벽한 패배들이 축적되는 것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20년간 사진을 찍으면서 내가 만났던 현장들은 100% 다 패배했다싸움도 전부 지는데 사진이 무슨 힘이 있겠나 싶었다그 패배들이 주는 무력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늘 고민했다.
원풍모방이라는 70년대의 봉제 공장의 여공들의 노동 투쟁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니 엄청난 생각들과 실천들을 했었지만결과는 처절한 패배였다그렇다고 해서 당시 그 여성들이 들고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노동은 무엇이 되어있었을까’, ‘지금의 세계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결국 우리는 패배 위에 서 있는 거고그 패배들의 축적 말고는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내 작업의 전체적인 태도는 이렇게 전부 패배해버리는 이 시간과 공간들을 어떤 식으로든 나의 언어로 남겨놓겠다는 것이다. <멜팅 아이스크림>도 싸움들이 얼마나 완벽한 패배였는지 감각하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 이 답답함을 느끼고서 바라보는 세계는 어떤 방향으로든 달라져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글:  SIFF2021 데일리팀 송은지
사진: SIFF2021 사무국
[REVIEW] ‘외로움도 성실하면 아름다움이 된다’ – <로그 인 벨지움> 유태오

어쩌면 그는 함께 세계적 위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이 시간을 진짜 자기 자신이 되어보고 발견하는 기회로 사용해보자고 다정히 제안하는 듯하다브이로그에서 나타나는 일상 속에서의 성실함만큼이나 그는 예술에서도 성실하다재난의 상황 속에서도 예술성을 표현하는 것이 유태오스럽다는 천우희 배우의 말처럼 그의 고민과 실험은 성실하게 계속된다유태오는 자신을 표현함과 동시에 멈춘 세상만날 수 없는 사람들죽어가는 영화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그의 진심이 담긴 이 영화가 슬픔과 아름다움으로 관객들에게 도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SIFF2021 관객심사단 김혜영
서울독립영화제2021    

WEB DAILY vol.1 2021년 11월 26일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02-362-9513
press@siff.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