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단편경쟁

배기성 | 2021 | Fiction | B/W | DCP | 19min 41sec (E)

SYNOPSIS

지방의 어느 도로 앞. ‘균열’이라는 단어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인 남자. 하루 전, 균열이 가득한 빌라 앞에 허름한 텐트에서 생활 중인 40대 초반의 남자 상수. 그는 익숙한 듯 텐트에서 나와 인력사무소로 향한다. 다른 인부들과 또 다른 빌라에 도착한 그. 그곳 역시 균열이 가득하다.

DIRECTING INTENTION

재난, 그 이후……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그 피해자는 또 다른 가해자가 된다.

FESTIVAL & AWARDS

2021 제2회 합천수려한영화제

DIRECTOR
배기성

배기성

2011 상수
2016 그들처럼

STAFF

연출 배기성
제작 경남청년문화창업협동조합
프로듀서 김록경
각본 배기성
촬영 배기성
조명 허태경
동시녹음 박준수
미술 박민지
편집 배기성
출연 김록경

PROGRAM NOTE

재난은 갑자기 닥친다. 천재지변이든 인재든 재난을 입은 당사자는 피해자다. 그런데 그 피해자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 존재한다. 이럴 때 두 사람의 고통은 공평할까, 아닐까. 주인공 박씨는 딱 봐도 가진 게 없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가진 것들이 있다. 공사장 막노동 현장에서 돌아와 피곤한 몸 누일 텐트도 있고, 텅 빈 배를 채울 식량을 끓여 먹을 도구도 있다. 돈 벌러 현장에 나갈 때 이동 수단인 자전거도 있다. 무엇보다 일할 수 있는 몸뚱이와, 현장에서 마주치는 동료들도 있다.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도, 말을 나누는 것도 거부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산다는 건 참 이상하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일어난다. 박씨는 허둥지둥 사라진 것들을 찾아다니지만, 한번 가 버린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떨 땐 그렇게 빼앗아 가고도 성이 안 차는지 뒤통수 갈기듯 뭔가를 더 후려갈기기도 한다. <균열>은 재난 이후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그 피해자는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현실을 다룬다. 흑백 화면 속에 펼쳐지는, 내 주변 일상과도 같은 다큐적 화면 속 주인공은 나를 이렇게 만든 집주인에게 계속 전화를 걸고, 재난의 피해자가 된 집주인은 “언제까지 균열에 국민을 방치할 거냐”며 1인 시위 중이다. 그리고 영화의 끝. 재난이 파고들어 간 균열의 틈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절망적인 엔딩이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희망을 본다. ‘경남청년문화창업협동조합 제작, 경남 시민단체 영화로운 공동제작’이라는 크레디트는 이 영화가 서울과 경남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의 협업의 결과라는 사실을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균열을 다루지만, 공동체 협업으로 만들어 낸 결실. 영화 밖 현실이 영화 속 현실보다 아름답다.

신아가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