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단편경쟁

주영 | 2021 | Fiction | Color | DCP | 29min 22sec

SYNOPSIS

중장비 부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평범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인범에게 설레는 사람이 생겼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하며 도전하는 하영은 특별한 꿈도 미래도 없던 인범에게 자극이 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한다.

DIRECTING INTENTION

산업재해 1,748명(2018년 1월 ~ 2019년 10월). 숫자로만 기록되는 익명의 사람들이 있다. 죽음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죽음은 무의미한 통계 숫자처럼 일상화되어 아무런 충격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저 어쩔 수 없는 이 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여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일상을 살며 고민과 설렘을 안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숫자로 기억되는 산업 현장의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다.

FESTIVAL & AWARDS

2021 제12회 부산평화영화제

DIRECTOR
주영

주영

2018 늦은 오후
2019 계양산
2020 싫다는 게 아니라

STAFF

연출 주영
제작 체리코끼리
각본 주영
촬영 윤인천
편집 주영
조명 이홍재
사운드 디자인 김용석
음악 김용석
미술 최시라
프로듀서 안병래
조연출 김윤정
출연 이한주, 이상희, 양흥주

PROGRAM NOTE

‘짝사랑’은 한쪽이 한쪽을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관계를 말한다. <짝사랑>의 인범과 하영은 주말이면 만나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사이로 발전한 단계이다. 그런데 짝사랑인 데는 이유가 있다. 인범은 중장비 부품 납품 공장에서 일하던 중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며 반장 태수에게 소식을 알리러 온 하영을 보고는 반한다. 적극적인 하영이 먼저 알은체를 하고 중장비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핑계로 인범이 도움을 요청하면서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전형적인 로맨스 구조를 따르는 <짝사랑>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 인범과 하영이 처음 만나기 전 공장에서 태수와 본청 책임자가 나누는 대화는 왜 이 영화가 로맨스가 될 수 없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럴 때 접촉 불량인지 잘 안 넘어가요.” “기름칠하시면 괜찮을 거예요.”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불감증이 어떻게 한 사람의, 아니 노동자들의 삶과 관계를 망치는지 이 영화는 로맨스를 우회하여 사회 비판물의 목적을 드러낸다. <짝사랑>은 단편치고는 긴 30분 분량인데 인범과 하영의 관계에 상당 시간이 할애되어 있어 중반을 넘어가면 사고를 암시하는 초반의 설정을 잊게 된다. 노동 현장에서의 참사라는 것은 깜박 잊는 순간이 쌓여 불시에 벌어지기 마련이다. 영화는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지 않고 예방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서로 사랑하면서도 짝사랑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극 중 노동자 커플과 같은 비극이 나이와 성별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계속될 것임을 여운으로 남기며 끝을 맺는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